
20일 유럽과 미국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추가 상승하며 한때 1달러=149.40엔대로 2024년 12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횡행했던 엔 캐리 거래 향방이 어디로 흐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닛케이는 21일 일본은행의 조기 추가 금리 인상 관측이 재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 상황 등을 감안해 경상수지 흑자국 통화인 엔화를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다른 고금리 통화나 주식, 암호화폐 등 위험성 자산으로 운용해 나가는 엔 캐리 거래의 난이도가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다.
캐리 거래의 조달 통화로서 중요한 것은 언제든지 빌릴 수 있는 시장의 유동성과 낮은 금리 수준, 천천히 이자 수익을 쌓기에 적합한 시세 변동성에 대한 안정성이 꼽힌다.
엔화는 1월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에도 캐리 거래 조달 통화로 조건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변동성 안정이 엔화 약세 추세를 자극하는 장면도 나왔다.
문제는 다른 주요국 통화의 움직임이다. 스위스의 정책금리는 이미 일본과 보조를 맞추고 있고, 유로존과 미국은 아직 금리 인하 국면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달러 강세 전망의 근거 중 하나였던 '트럼프 관세'의 향방이 명확하지 않아 장기 금리가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전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통화정책도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유로존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유럽과 미국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아 유로화 낙관론이 후퇴한 상태다. 이런 지정학적 조건들과 글로벌 시세가 엔캐리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이 높은 유로화나 달러를 조달 통화 중 일부로 편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아시아계 헤지펀드 매니저는 “엔화와 스위스 프랑을 동액으로 차입하는 전략도 검토했지만, 프랑의 유동성이 엔화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유로나 달러 기반 캐리 거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달러, 유로화 모두 엔화 매도 포지션을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 대기업 바이비트는 이번 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엔화가 조달 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도 “기존 엔 캐리가 환원될 여지를 고려하면 앞으로는 자금 조달의 다양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리 수준이 낮은 스위스프랑뿐만 아니라 유로와 달러의 존재감이 높아지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의 향후 정책이 엔 캐리 거래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시장이 예상했던 것만큼 적극적으로 정책 정상화를 추진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금리 인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음에도 불구하고 신중론을 내세우기도했다. 이로 인해 1월 중순까지 엔화 약세 재가속이 이어지게 됐다.
닛케이는 “현재 149엔대는 2024년 12월 금리 인상 촉구 장세 당시 수준으로 돌아간 것에 불과한 만큼 일본은행이 이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엔 캐리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