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행정부 국제기구 탈퇴 이어져...中 "다자주의 수호" 강조
왕이 "정글의 법칙 반대"...전문가들 "신중한 접근으로 실익 추구할 듯"
왕이 "정글의 법칙 반대"...전문가들 "신중한 접근으로 실익 추구할 듯"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시작으로 파리기후협약,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유네스코 등 주요 국제기구 탈퇴를 연이어 선언했다. 최근에는 130개국에서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활동을 중단하는 등 국제사회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맡아 다자주의 강화를 역설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뉴욕 유엔본부에서 "모든 국가가 유엔 중심의 다자체제를 지지해야 한다"며 "정글의 법칙"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행보가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라시아그룹의 제레미 챈 선임애널리스트는 "중국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좋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의 부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강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호주 로위연구소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3분의 2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유엔 내 영향력 확대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재 중국은 유엔 정규예산의 20%를 부담하고 있어 미국(22%)에 근접했지만, 전문기구 지원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일례로 세계식량계획(WFP) 지원금은 중국이 1100만 달러인 데 비해 미국은 45억 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글로벌 리더 역할을 맡는 것도 꺼릴 것으로 본다. 국제위기그룹의 리처드 고완 유엔 국장은 "중국이 미국이 거부하는 유엔기구에서 실제로 주도적 역할을 맡을 의지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은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보리 의장국 임기 중에도 미국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의제는 피하고 있다.
국제 정세도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 과잉생산과 무역흑자는 세계 각국의 우려를 낳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중국의 전기차 공세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의 친러시아 입장으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로리 대니얼스 전무이사는 "중국의 접근법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수용될지는 미지수"라며 "미국식 다자주의의 차선책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기대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평가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