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낮추기 vs 국내 의약품 가격 상승 우려
제네릭 의약품 공급 차질 가능성에 업계 '긴장'
제네릭 의약품 공급 차질 가능성에 업계 '긴장'

트럼프는 이르면 올해 4월부터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의약품에 대해서도 25%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 관세율은 1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며, 다만 국내에 생산시설을 설립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면제 혜택을 주겠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주요 의약품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활성 제약 성분(API)부터 제네릭 의약품, 수술용 면화, 스크럽과 같은 기초 의료용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품목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번영하는 미국 연합(CPA)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기준 금액으로는 7위 수준이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미국의 최대 의약품 수출국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 증가세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3년 3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의 대미 필수 의약품 수출액은 2023년 20억 달러를 돌파했다. ANZ의 경제학자 비키 샤오 저우는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이 500%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미국병원협회는 최근 트럼프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 미국이 핵심 원료의 약 30%를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2023년 기준 미국 의료시스템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마스크의 3분의 1과 비닐장갑의 94%가 중국산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러한 의료용품의 공급 중단이 환자 치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네릭 의약품 업계의 타격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접근 가능한 의약품 협회는 새로운 관세가 저가 의약품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현재도 문제가 되고 있는 의약품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네릭 의약품 제조사들이 이미 극도로 낮은 마진으로 운영되고 있어,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중국 측의 타격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콜라브리움 파트너스의 CEO 아담 장은 "중국은 이미 저가 공급품 수출을 점진적으로 포기하고 있으며, 정부가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많은 중국 제약사들이 2018년 무역전쟁 이후 이미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의약품 및 건강 제품 수출입 상공회의소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만성적인 의약품 공급 부족이 대규모 관세 부과를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에도 중국산 의약품에 대한 관세 인상 계획이 대체 공급처 확보의 어려움으로 철회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의약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단기적인 관세 정책은 오히려 미국 의료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