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아 공개된 보고서에서 드러난 사실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가 여전히 러시아 전쟁 자금 조달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24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EU가 2024년 러시아로부터 219억 유로(약 32조8000억 원) 상당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EU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재정 지원금은 187억 유로(약 28조 원)로 집계돼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액이 약 17%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EU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러시아로의 자금 유입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러시아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으로 불리는 노후 선박을 통해 제재를 피하며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이 선박들이 러시아 화석연료 수출 수익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지난 한 해 전 세계 화석연료 수출로 2420억 유로(약 362조5000억 원)를 벌어들였으며 전쟁 발발 이후 누적 수익은 1조 유로(약 1498조 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세수의 절반 가량이 에너지 부문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같은 수익은 전쟁 자금으로 직결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EU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추가 제재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EU 대사들은 지난 19일 16차 대러시아 제재안에 합의했으며 여기에는 러시아산 원유를 가공한 뒤 타국산으로 둔갑시켜 수입하는 ‘정제 우회로’를 차단하는 방안과 터크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가스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가 포함됐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도 EU의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얀-에릭 페인리히 리스타드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2022년 이후 유럽과 영국의 LNG 수입량이 크게 증가했으며 러시아는 지난해 유럽에 LNG를 수출한 두 번째로 큰 국가였다”고 지적했다.
재정 지원 격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IfW Kiel)의 크리스토프 트레베시 경제학자는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금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1%도 채 쓰지 않고 있다”며 “과거 쿠웨이트 해방전쟁 당시 독일이 훨씬 빠르고 많은 지원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지원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CREA는 추가 제재와 빈틈없는 제재 이행으로 러시아 화석연료 수익을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구난단 애널리스트는 “EU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러시아의 전쟁자금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라며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