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모디 총리 면담 이후 인도 진출 가속화 신호
70% 고관세 장벽에 도전...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 요소 잠재
70% 고관세 장벽에 도전...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 요소 잠재

테슬라는 2월 중순 인도에서 고객 서비스를 포함한 13개 직무에 대한 채용을 시작했으며, 이는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인도로 전기차를 선적할 준비를 마쳤으며, 7월에서 9월경 뭄바이, 델리, 방갈로르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앞서 2월 13일, 머스크는 워싱턴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모디 총리는 회의 후 X(구 트위터) 플랫폼을 통해 "우리는 공간, 이동성, 기술, 혁신 등 그가 열정을 가진 다양한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인도 진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머스크는 이미 2023년 6월 미국에서 모디 총리와 만나 "가능한 한 빨리 인도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진전은 이제야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인도 정부는 2024년 3월,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최소 5억 달러를 투자하는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제한된 수량의 고급 자동차에만 적용되어 테슬라의 대량 판매 전략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전기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인도의 승용차 판매량은 2024년 전년 대비 4% 증가한 418만 대를 기록했다. 전기차 판매량은 처음으로 10만 대를 넘어서며 약 12만 대에 도달했다. 현재 전기차는 인도 승용차 시장의 약 2%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산층 소득 증가와 환경 인식 제고에 따라 2030년까지 약 20%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인도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인도 승용차 시장의 약 40%를 장악하고 있는 마루티 스즈키 인디아의 모회사인 스즈키 자동차는 2031년 3월 말까지 전기차 개발 등에 총 4조 엔(약 267억 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웨드부시 시큐리티스(Wedbush Securities)의 다니엘 아이브스 전무이사는 "테슬라의 인도 진출은 수년간 지연되어 왔다"며, "최근의 글로벌 판매 부진이 인도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할 더 많은 이유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마크라인스(MarkLines)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한 이후 머스크의 정치 참여에 대한 미국 내 소비자 보이콧이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의 인도 진출 의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투자 확대 요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주 폭스뉴스가 방송한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머스크가 인도에 공장을 짓는다면 미국에 매우 불공평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높은 관세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으며, 미국 무역 상대국들과의 관계가 "공정한지" 확인하기 위해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처럼 테슬라는 인도 시장 진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 제조업 강화 정책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특히 머스크가 트럼프의 주요 지지자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갈등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분석가들은 테슬라가 단기적으로는 중국산 수입 차량으로 인도 시장을 탐색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 경우, 테슬라의 인도 진출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머스크는 이러한 상황에서 테슬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미국 정부와의 관계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도의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포기하기는 어렵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테슬라의 인도 진출 과정은 글로벌 기업이 자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해외 시장 확장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또한, 인도 정부가 외국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관세 정책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