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인 혼다가 미국의 대멕시코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응해 신형 ‘시빅 하이브리드’의 생산 거점을 멕시코에서 미국 인디애나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가운데 첫 번째 대응 사례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생산 전략을 조정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 혼다는 기존에 생산비 절감 차원에서 멕시코를 시빅 생산 거점으로 선정했지만, 높은 관세 부담을 감안해 생산지 변경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혼다의 신지 아오야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11월 "미국이 수입차에 대한 고율 관세를 영구적으로 부과한다면 생산지를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혼다는 현재 미국에서 연간 약 140만대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 중 시빅은 연간 24만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모델이다. 지난해 시빅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 증가하며 혼다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CR-V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멕시코는 일본 및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의 주요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혼다 역시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의 80%를 미국으로 수출해왔다. 하지만 이번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해 혼다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멕시코 내 생산 전략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도입하면 멕시코에서 생산된 혼다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멕시코와 캐나다가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혼다가 이들 국가로 수출하는 약 6만대의 미국산 차량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혼다는 "시장 수요와 비즈니스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생산과 배분을 결정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