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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 이후 중국 경제의 새 판도, 기술산업 부상·부동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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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 이후 중국 경제의 새 판도, 기술산업 부상·부동산 추락

산업 구조조정 본격화..."오래된 성장 동력에서 새 동력으로 예비적 전환 완료"
14차 5개년 계획 마무리 앞두고 민간경제 촉진 최우선 과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가 2025년 3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가 2025년 3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양회)가 폐막한 가운데, 중국 경제의 산업 지형도가 뚜렷하게 재편되고 있다. 새 산업과 쇠퇴하는 산업 간 경계가 명확해지며, 중국 경제 구조조정의 주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양회에서 14차 5개년 계획의 목표 달성과 민간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중국 지도부의 의중은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재계 지도자 심포지엄에서도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국내 최고 기술기업 임원들이 주를 이루었고, 농업과 소비재 부문 대표들이 참석한 반면, 과거 경제의 기둥이었던 부동산 부문 대표자들은 초청 명단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어떤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명확해진 산업 구조 변화


푸단대학교 경제학자 장쥔은 "많은 이들이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의 쇠퇴와 부상에 주목하지만, 중국 경제의 가장 분명한 변화는 새로운 부문과 쇠퇴하는 부문의 구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와 같은 기업의 부상이 "신규 성장 동력과 기존 성장 동력의 전환"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양회 이후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를 맞아 민간부문 활성화 정책을 구체화했지만, 모든 민간 기업이 동등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술 산업은 양회에서 강조된 혁신 주도 성장 전략의 중심에 서 있으며, 국가 최우선 지원 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이는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통제, 규제 강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중국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산업 구조 재편의 결과다. 양회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이 더욱 명확히 제시되었으며, 시진핑 주석은 "새로운 질적 생산력"의 육성을 강조했다.

부상하는 기술 산업, 추락하는 부동산


양회 직후 중국 A주 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반도체, 양자 컴퓨팅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딥시크와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의 창업자들이 시진핑 주석과의 비공개 회의에 초청된 것도 이러한 지원 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젊은 창업자들은 중국의 기술 혁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한때 중국 경제의 중추였던 부동산 산업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GDP에서 부동산 및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4.45%에서 2024년 12.94%로 하락했다. GDP 대비 부동산 자체의 비중도 같은 기간 7.7%에서 6.27%로 감소했다. 양회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들이 언급되기는 했지만, 과거와 같은 위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샤오 리셩 연구원은 "부동산 투자 감소로 인한 경제 저해는 다른 분야의 긍정적 발전으로 효과적으로 상쇄됐다"며 "중국이 오래된 성장 동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의 전환을 예비적으로 완료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회에서 강조된 인프라 투자와 제조업 고도화가 이러한 전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산업과 신흥 산업의 격차 확대


SDIC 증권의 가오 샨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장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한 연구에서 정책 지원을 받는 산업과 쇠퇴하는 산업 간 격차가 2022년 이후 더욱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미디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비은행 금융과 같은 부문의 약 500개 기업이 "하락세"로 분류된 반면, 전기 장비, 전자, 방위 및 자동차와 같은 산업 분야의 2,300개 이상 기업은 "정책 지원" 범주에 포함됐다.

2020년 이후 지원 산업의 매출 비중은 약 20%에서 거의 25%로 증가한 반면, 감소 부문의 점유율은 약 15%에서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는 "경제 변화로 인한 국가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양회 이후 이러한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제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GDP에서 2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7.8%에서 2024년 36.5%로 감소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세계 제조업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8.2%에서 2023년 28.8%로 오히려 증가했으며, 칭화대 경제학자들은 2025년 말까지 약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양회에서 강조된 제조업의 질적 전환이 성과를 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래 성장 전략: 소비 주도 성장과 서비스업 확대


양회 이후 중국 정부는 소비 주도 성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부문이 어려움을 겪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투자와 수출 대신 소비 주도 경제 성장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중국 가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 활성화에는 여전히 장애물이 존재한다.

경제학자 리안 핑은 "GDP 규모가 커질수록 전체 구조가 가벼워질 것"이라며 인프라, 중공업 및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소비가 성장의 더 많은 부분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미래에는 "기술과 관련된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의 GDP에서 서비스 부문의 기여도는 2020년 54.5%에서 2024년 56.7%로 증가했다. 그러나 달러 가치 측면에서 중국 서비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2%로 미국의 28.8%에 여전히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양회에서 서비스 부문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 방향이 제시됐지만, 서비스업의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과제와 전망


가오 샨웬은 중국의 경제 전환을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방향을 바꾸는 것에 비유하며 "스티어링 휠은 올바른 방향으로 조정됐지만 속도가 여전히 너무 느리다"고 평가했다. 그는 팬데믹 통제 해제에 따른 노동 연령 인구에 대한 부정적 충격이 소비 용량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소비 주도 전환으로 향하는 모멘텀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양회 이후 중국 정부가 이러한 전환 속도를 얼마나 가속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중국 경제의 핵심 과제로 남아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의 산업 구조 개편과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환은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결국, 양회 이후 중국 경제는 기술과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신성장 산업의 부상과 부동산, 전통 금융 등 과거 주력 산업의 하락이라는 뚜렷한 변화 속에서, 소비 중심의 경제로 방향을 전환하는 중대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경제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는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