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군 관계자의 증언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보급과 병력 이동에 말을 동원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이호르 비지렌코 하사는 WSJ와 인터뷰에서 ‘드론 정찰 영상을 통해 처음으로 러시아군이 말을 이용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꽤 창의적이라고 생각했다”며 “현재 전장은 드론과 포격전이 지배하고 있으며 차량이 전선 가까이 접근하는 즉시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말을 동원하는 이유는 드론이 차량을 손쉽게 탐지하고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갑 차량이나 트럭보다 말과 노새는 열 감지 및 광학 카메라에 덜 노출되는 특성이 있어 전장에서 은밀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
WSJ에 따르면 현대전에서 말과 노새의 사용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이번 전쟁에서는 기존의 전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을 피하기 위해 수레를 이용해 물자와 부상병을 운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드론을 활용해 물자 수송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드론은 약 13kg 정도의 화물만 운반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병사들이 직접 짐을 짊어지고 이동하거나 소형 수레를 이용하는 방식이 병행되고 있다.
전선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모두 과거의 전술을 다시 도입하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차시우야르 지역을 방어 중인 우크라이나군은 “도시는 사실상 파괴됐으며 참호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보급품 수송에 말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차량 보호를 위한 원시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최근 바흐무트로 향하는 도로에 그물망을 설치해 드론 공격을 막으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립스 오브라이언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교수는 “그물, 엽총, 말과 같은 구식 전술은 선택이 아니라 절박한 대응책”이라며 “이는 러시아군이 드론의 위협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의 보급난도 말이 활용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러시아군 빅토르 소비례프 중장은 친러 성향 매체와 인터뷰에서 “일부 부대는 탄약과 식량, 장비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보급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그는 “전장에서 물자를 실은 차량이 공격당하는 것보다는 말이나 노새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비지렌코 우크라이나군 하사는 “현재까지 러시아군이 말을 전투 자체에 활용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면서도 “모터바이크를 이용한 기습 공격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앞으로 말이 새로운 방식으로 전투에 동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