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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최신 자동차 첨단 사양, 소비자 불만 키운다…"직관성 떨어지고 고장 잦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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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최신 자동차 첨단 사양, 소비자 불만 키운다…"직관성 떨어지고 고장 잦아"

자동차 센서 도어핸들. 사진=비테스코이미지 확대보기
자동차 센서 도어핸들. 사진=비테스코
최근 자동차 업계가 앞다퉈 도입한 첨단 기능들이 오히려 소비자 불만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터치스크린, 센서 도어핸들, 음성인식 기능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됐지만 사용이 불편하거나 오류가 잦아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

1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직 비전이 조사한 결과, 자동차 조작의 직관성에 만족한다고 답한 운전자의 비율이 지난 2015년 79%에서 지난해 56%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기판 배치,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 등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적외선 야간 투시 장치, 계절별 조명, 뒷좌석 승객 감시 카메라 등 다양한 기능을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운전자들은 이러한 기능이 직관성이 떨어지거나 실용성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 스트래티직 비전의 설명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엔지니어 뱅상 뒤포-베다르는 최근 혹한 속에서 전기차 폭스바겐 ID.4를 원격 충전하려다 실패했다. 그는 차량 도어핸들의 센서가 추위에 작동하지 않자 결국 트렁크를 통해 차량에 들어가야 했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그냥 일반적인 문 손잡이를 달아주면 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전기차 도어핸들 관련 문제 발생률은 지난 2020년 100대당 0.2건에서 2024년 3.1건으로 급증했다. 캐슬린 리즈크 JD파워 선임디렉터는 "문 손잡이는 과거에 문제없는 부품이었지만 요즘은 차량 주인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불만은 고급 차량에서 더 두드러진다. 마사지 시트, 조수석 스크린 등 프리미엄 기능이 추가되면서 차량 가격도 높아졌다. 또 다른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4만7373달러(약 6900만원)에 달했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거주하는 제이크 프랫은 가족 차량의 터치스크린이 "조작할 때마다 여러 번 눌러야 하고 물리적 버튼처럼 확실한 피드백도 없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특히 그는 "조작하려면 화면을 계속 들여다봐야 해 운전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물리 버튼과 다이얼을 일부 모델에서 다시 도입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안전 평가 기관인 유로 NCAP는 내년부터 와이퍼·비상등 같은 주요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제공하는 차량에 더 높은 안전 점수를 부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기술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오토퍼시픽의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들은 무선 충전 패드, 열선 및 통풍 시트, 빗물 감지 와이퍼, 내장형 청소기 등의 기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수석 디스플레이나 증강현실(AR) 기능 등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고급 기술이 차량 가격을 높이는 것도 문제지만 유지비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JD파워는 기술이 많이 적용된 차량일수록 중고차 시장에서 감가상각이 크다고 분석했다. 사고 후 수리 비용도 상승했다. 보험업계 기술 제공업체 미첼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 수리의 약 25%는 센서 재조정이 필요했으며 평균 추가 비용은 600달러(약 87만원)에 달했다.

네바다주 몬텔로에 거주하는 장비 운전사 켄 라르센은 자신의 2024년식 토요타 툰드라 픽업트럭을 원격 시동하려 했지만 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토요타의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야 했다. 그는 "차량 할부금이 월 1000달러(약 145만원)인데 원격 시동 하나 때문에 매달 15달러(약 2만2000원)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WSJ는 일부 운전자들이 최신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부담스러워하며 수리가 쉬운 과거 모델을 다시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