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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진핑, 인플레 우려에 디플레 위기 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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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진핑, 인플레 우려에 디플레 위기 간과"

"물가 하락이 나쁜가?" 경제 위축 신호 무시
'日 잃어버린 30년' 위험한 전철 답습 가능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중국이 점점 더 심각해지는 디플레이션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좌관들에게 "디플레이션이 뭐가 그리 나쁜가요? 사람들은 물건이 더 싸면 좋아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는 중국 최고 지도부가 현재 경제가 직면한 위험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11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디플레이션은 표면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현상이다. 지속적인 물가 하락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더 싸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구매를 미루게 만들고, 이는 기업 수익 감소로 이어져 자본 투자와 임금을 삭감하게 된다. 결국 수요가 더욱 약화되고 물가는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바로 이러한 디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져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침체를 겪었다. 일본의 물가와 임금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경제 회복을 위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중국 경제학자들은 일본의 사례를 심도 있게 연구해 왔으나, 최고 지도자가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효과적인 정책 수립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중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2024년에 0.5% 상승에 그쳐 15년 만에 가장 느린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일부 경제지표는 이미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임을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디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큰 위협으로 인식하는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벌어진 국공내전에서 국민당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해 결국 패배했다. 또한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이어진 학생 시위는 20%에 이르는 급격한 물가 상승이 한 원인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중국 공산당은 인플레이션을 정권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해왔고, 이에 재정 규율을 강조해왔다. 반면 중국은 디플레이션과 싸워본 경험이 거의 없어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소비 부진, 청년 실업률 상승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

CITIC 증권의 전 투자은행위원회 위원장인 다쓰히토 도쿠치는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와 디플레이션에 잘못 대응한다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잃어버린 수십 년'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한 일련의 정책을 발표했지만, 그 규모와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조치, 지방정부 특별채 발행, 중앙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이 시행되고 있으나 이러한 정책들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기에 충분한지는 불확실하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이자 주요 원자재 소비국으로, 중국 내 지속적인 물가 하락은 글로벌 상품 가격 하락과 무역 상대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빠져나오기가 매우 어렵다. 일본은 제로 금리 정책, 양적 완화, 재정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지만 디플레이션 극복에 수십 년이 걸렸다.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보다 과감하고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비 진작과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