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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학기술 굴기로 미국과의 패권경쟁서 '티핑 포인트'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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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학기술 굴기로 미국과의 패권경쟁서 '티핑 포인트' 노린다

달 탐사에서 AI까지 연이은 성과, 세계 과학계 주도권 변화 조짐
전문가들 "선도국 지위 확보했으나 반도체·인재 유치 등 여전히 과제"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잇따른 성과를 내며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잇따른 성과를 내며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잇따른 성과를 내며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영 언론은 중국이 이미 과학 연구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격차와 약점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고 11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중국의 창어 6호 우주선이 달 뒷면에 착륙해 생명체보다 오래된 분화구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미국 NASA조차 이루지 못한 위업으로, CNN은 이 임무가 중국의 "우주 초강대국" 부상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치보 로봇 회사의 설립자 겅 타오는 "티핑 포인트가 온 것 같다"며 지난해의 기술적 성과를 "폭발적"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중국 정부와 민간 부문은 수년 동안 과학기술에 자금과 인적 자본을 투자해 왔으며,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우주 탐사뿐 아니라 군사 기술,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12월 중국 최초의 6세대 스텔스 전투기가 공개됐으며, 군사 전문가들은 이 전투기가 "미국을 포함한 세계 선진 기준을 완전히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인공지능이다. 항저우 소재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오픈AI와 구글이 개발한 생성형 AI에 필적하는 모델을 선보였는데, 이는 첨단 칩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AI 개발을 억제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오히려 이러한 제재가 중국 기업들이 효율성과 협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혁신하도록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로봇 공학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 유니트리(Unitree)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술 동작을 선보이는 등 AI 알고리즘과 로봇 기술의 결합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중국공학원의 장 지위안 연구원은 "이러한 파괴적 기술은 버스에서 대형 항공기, 공작 기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비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술 혁신의 영향은 영화 산업 등 문화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Ne Zha 2'는 여러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며 10억 달러 클럽에 가입한 최초의 비할리우드 영화가 됐다. 이는 중국의 특수효과, 렌더링, 3D 및 AI 기반 영화 제작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베이징 소재 한 투자자는 "최근 몇 년간 태양 전지, 리튬 이온 배터리, 전기 자동차 등 일부 영역에서 중국이 이미 선두에 있었지만, 최근의 첨단기술 붐으로 외부 세계가 중국의 역량을 인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이치뱅크와 골드만삭스 등 외국 투자은행들도 중국 기술기업들의 부상으로 중국 시장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중국과 세계화센터(CCG)의 왕쯔첸 연구원은 "중국이 반도체와 같은 특정 분야에서 여전히 글로벌 프런티어에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중문대학교 정융녠 교수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칩 기술과 데이터 품질 면에서 베이징과 워싱턴 사이에 여전히 큰 격차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인재 유치 측면에서도 중국은 여전히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중국의 과학적 역량 강화로 중국이 과학자들에게 매력적인 목적지가 되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인재를 유치하는 미국의 능력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롄이공대학교 쑨위타오 교수는 "중국 과학자들의 공헌이 아직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다"며 "중국의 과학 연구가 특정 수요에 너무 치우치지 말고 더 자유로운 탐사를 장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베이징 대학의 라오 이 교수는 중국 학계의 출판문화를 비판하며 "진정한 돌파구의 비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전문가 장 지위안은 "미국은 100년 넘게 세계 기술 리더였으며, 이는 중국이 몇 가지 돌파구로 무너뜨릴 수 없는 이점"이라며 양국의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