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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기업들, 악명 높은 '996 문화'에 제동 걸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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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기업들, 악명 높은 '996 문화'에 제동 걸기 시작

DJI·메이디·하이얼 등 기업들 퇴근 시간 엄격 제한...정부도 과도한 경쟁문화 단속 예고
전문가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시장 전망 약화 신호...작업량 조정 없인 근로자 부담 여전"
 중국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의 드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의 드론. 사진=로이터
중국의 주요 기업들이 악명 높은 '996 문화(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정부의 단속 예고와 맞물려 나타난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의 일터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11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 2월 말부터 중국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는 이례적인 '퇴근 의식'을 시행하고 있다. 오후 9시가 되면 인사 관리자들이 사무실 곳곳을 돌며 직원들을 칸막이에서 쫓아내는 모습이 연출된다. 마치 소방 훈련처럼 진행되는 이 의식은 자정까지 불이 켜져 있는 것으로 유명했던, 기술기업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다.

직원들은 오후 9시까지 퇴근해야 하며, 단 몇 분 후면 주차장은 텅 비고 캠퍼스는 조용해진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으며, 한 직원은 "처음으로 사무실에서 쫓겨났다"고 냉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DJI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가전제품 대기업 메이디(Midea)는 직원들에게 오후 6시 20분까지 퇴근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하이얼(Haier)은 본사 전 직원에게 주말 이틀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지시했다.
이러한 변화는 리창(李強) 총리가 지난 3월 6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 언급한 "네이쥐안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 선언과 맞물려 있다. '네이쥐안'은 기업들이 수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느끼는 자멸적인 경쟁 순환을 의미하는 용어로, 이전 보고서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개념이다.

광둥성 개혁협회의 펑펑 회장은 기업들의 초과근무 규제가 과도한 근무 시간을 억제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경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변화와 번아웃 방지 정책에 부합하는 것이 윈-윈이며, 유틸리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움직임이 직장 규범을 재편할 수 있다"라고 펑 회장은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변화가 모든 기업에 균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정망하며 "더 많은 대기업이 유사한 정책을 채택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반면, 소규모 기업은 정리해고에 의존할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기술, 인터넷, 제조업 부문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변화는 '996' 근무 문화에 대한 대중의 비판과 국가 기관의 압력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근무 형태가 필요하거나 사기 진작을 위해 중요하다고 여기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단속 기조에 맞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있다. 베이징의 한 기술 회사 직원인 마크 탕은 "우리는 더 이상 초과근무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만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탕은 자신과 동료들이 보통 오후 9시 30분이나 10시쯤 일을 마치고, 때로는 오후 11시까지 퇴근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DJI의 오후 9시 퇴근 명령이 이끄는 물결이 "전국을 휩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기 퇴근이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작업량을 동시에 줄이지 않으면 단축된 근무 시간에 더 정신없이 바빠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이 급속한 발전을 계속하고 현대화를 추진함에 따라 중국의 기업과 정부 모두 치열한 경쟁에 갇혀 있으며, 이는 격렬한 직장 문화와 극심한 가격 전쟁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펑 회장은 이러한 경쟁 문화가 중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중국 노동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보지만, 그 효과는 기업의 규모와 산업에 따라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대기업들은 이미지 개선과 정부 정책 준수를 위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현재의 변화가 단순히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것을 넘어, 업무량과 업무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근무 시간만 줄이고 업무량은 그대로라면, 직원들은 더 짧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해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경제 둔화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추구하면서, 과도한 경쟁과 소모적인 근무 문화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중국의 일터 문화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기업의 효율성과 근로자의 삶의 질 사이에 어떤 균형을 가져올지는 앞으로 주목해야 할 과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