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관세 장벽 높아지는 가운데 수출 주도 성장 한계 봉착
가계 은행예금 GDP 초과..."소비자 신뢰 회복이 핵심 과제"
가계 은행예금 GDP 초과..."소비자 신뢰 회복이 핵심 과제"

지난 2년간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5% 성장 목표를 달성해온 중국은 올해도 같은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출에 의존한 성장 전략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한 비중이 두드러졌다. 순수출은 GDP 성장의 30.3%에 기여했는데, 이는 2023년 -11.4%에서 크게 반등한 수치다. 반면 소비가 GDP 성장에 기여한 비율은 2023년 82.5%에서 44.5%로 대폭 감소했고, 투자인 자본 형성의 기여도 역시 28.9%에서 25.2%로 하락했다.
문제는 중국의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부과된 약 20%의 관세에 더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2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전기자동차와 태양열 제품 등 일부 품목에는 100%에 이르는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자국 산업 보호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내수, 특히 소비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개인 소비는 GDP의 40% 미만에 불과해 미국의 68%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소비 잠재력은 충분하다. 중국 가계의 은행예금은 2024년 말 기준 21조 달러로, 중국의 GDP 19조 달러를 약 13% 초과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꺼리는 주된 이유로 부동산 및 주식 시장 침체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을 꼽는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과 가계 은행예금은 각각 연평균 8.8%와 10.4% 증가했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에는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5.9%로 둔화됐지만, 개인 예금은 매년 약 13%씩 증가해 지난 3년간 매년 2조5000억 달러가 은행에 추가로 저축됐다.
이는 소비자들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출 의사가 없어 소비를 자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개인 소비는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했지만, 소매 판매는 3.5% 성장에 그쳐 부진했다.
그러나 최근의 시장 동향은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이 약세장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특히 홍콩 시장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항셍지수는 지난해 17.7% 상승한 데 이어 올해 21% 이상 상승했고, 항셍 중국기업지수는 올해 22% 상승해 글로벌 주요 지수들을 크게 앞섰다.
홍콩 시장이 상하이나 선전 시장보다 더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국내 투자자들보다 중국 경제에 대해 더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국내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9월의 사례는 기대감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당시 중국의 1~3분기 연환산 성장률은 4.8%에 불과했으나, 정부가 경제 활성화 정책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발표한 후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부동산 거래가 증가했다. 그 결과 4분기에는 5.4%의 성장을 기록해 연간 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수출과 투자 주도의 성장 모델에서 민간 소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약 중국 가계가 은행예금의 10%만 지출한다면 약 2조1000억 달러, 즉 GDP의 11%에 해당하는 소비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시행할 수 있는 어떤 경기부양책보다도 큰 규모다.
결국 중국이 5%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담한 경기부양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소비 지출의 수문이 열린다면 중국은 더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