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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소비자, 자동차 관세 인상 우려에 구매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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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소비자, 자동차 관세 인상 우려에 구매 서두른다

지난 2023년 6월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동차 딜러 매장에 신차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6월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동차 딜러 매장에 신차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소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및 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방침에 따라 차량 구매를 서두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월넛크리크에 거주하는 매튜 미첼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이자 곧바로 차량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달 초 2019년형 토요타 캠리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 동안 즉시 딜러십을 방문해 차량을 구매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판매업체들은 현재 약 3개월 치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즉각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는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22일까지 차량 검색 웹사이트 카스닷컴의 검색량이 전주 대비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스닷컴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그린은 "2월 초 관세 발표 당시 소비자 반응이 크지 않았으나 모든 수입 차량에 대한 관세 논의가 본격화되고 시행 시기가 4월로 연기되면서 검색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위축되고 있으며 이는 멕시코, 캐나다, 미국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가 실시한 경제학자 74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세 나라 모두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 캘거리 거주자인 다비 마달레나는 "애초 내년쯤 차량을 구매할 계획이었지만 더는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2025년형 스바루 포레스터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포드 머스탱 마하-E 전기차를 구매한 필립 호지 역시 "관세 영향을 받기 전에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며 "미리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히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딜러업계는 당분간 차량 공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 자동차 딜러들의 평균 재고 보유 기간은 96일로 올해 초보다 26% 증가했다. 딜러업체들은 단기적으로 관세 불확실성이 오히려 판매 촉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 딜러 짐 시비트는 "관세 소식이 들리면 소비자들이 더 빨리 차량을 구매하려 할 것"이라며 "3월 첫째 주 판매량이 급증했는데 이는 프로모션 효과가 크지만 관세 영향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딜러들은 웹사이트에 "관세 인상 전에 최저가로 구매할 기회"라는 문구를 내걸며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네티컷주의 한 스바루 딜러는 "2024년형 차량의 마지막 재고 정리 - 관세 인상 전에 지금 구매하세요"라는 배너 광고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신차 판매 가격은 1월 기준 4만8641달러(약 7080만원)로 2019년 1월 평균 가격인 3만7348달러(약 5500만원) 대비 30% 상승했다. 차량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지난해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차량을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

클리블랜드에 거주하는 사우드 안사리는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부터 관세 문제를 고려해 차량 구매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에 2025년형 토요타 시에나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뿐 아니라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빨리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