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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 코발트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 격화, 중국 '압도적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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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 코발트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 격화, 중국 '압도적 우위'

핵심 광물 확보 경쟁 속 미국 '실행 가능한 대안 제시 못 해' 비판 고조
트럼프 재집권 후 외교 정책 변화 주목, 아프리카 광물 시장 지각변동 예고
미국 광산 대기업 프리포트-맥모란은 2016년 텡커 곰팡이 광산의 지분을 중국 기업인 CMOC에 매각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광산 대기업 프리포트-맥모란은 2016년 텡커 곰팡이 광산의 지분을 중국 기업인 CMOC에 매각했다. 사진=로이터
핵심 광물, 특히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코발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을 중심으로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이미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외교 정책 변화는 아프리카 광물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의 코발트 확보 경쟁은 미국 광산 대기업 프리포트-맥모란이 콩고 내 핵심 광산 두 곳을 중국 기업에 매각하면서 본격화되었다. 2016년 텡케 곰팡이 광산, 2020년 기산푸 광산 매각을 통해 중국 CMOC 그룹은 코발트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리며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으로 도약했다.

DR콩고는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기지이며, 구리, 희토류 등 12개 주요 광물 자원의 보고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DR콩고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70억 달러 규모의 시코민스 인프라 자원 계약을 통해 도로, 송전선, 수력 댐 건설 등 다양한 인프라 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광물 확보 및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미국 윌리엄 앤 메리 대학 연구기관 에이드데이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국영 채권단은 2000년부터 2021년 사이 DR콩고 코발트-구리 광산에 약 128억 5천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제공했다.
DR콩고 동부의 정치적 불안정은 투자 환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M23 반군이 북키부 주도 고마, 남키부 주도 부카부를 잇달아 점령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펠릭스 치세케디 DR콩고 대통령은 미국이 분쟁 종식에 개입한다면 핵심 광물 접근권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DR콩고 상황을 이용해 중국 기업의 신규 인수를 저지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중국의 기존 투자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DR콩고 광업 및 정책 분석가 크리스티앙 게로 니마는 "미국이 DR콩고에 대한 중국 투자에 대해 실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DR콩고는 선택지를 원하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니마는 미국이 DR콩고 광산에 대한 중국의 추가 투자를 저지하려 할 수 있지만, "기존 광산을 쫓아내는 것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미국이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예산 삭감을 언급하며 미국이 DR콩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바이든 전 행정부는 2022년 DR콩고, 잠비아와 광산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로비토 회랑 건설을 지원하는 등 아프리카 광물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 원조를 동결할 경우 이러한 노력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은 DR콩고 코발트-구리 광산 인수를 막기 위한 미국의 압박에 맞서 노린 마이닝의 체마프 인수를 추진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정부가 체마프 인수를 위해 여러 미국 기업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나마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참여를 막은 사례에서 보듯, 앞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인프라 및 투자 전략이 미국의 주요 견제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 차관보 자오즈위안은 미국이 "중국과 파나마 관계를 무자비하게 훼손하고 압박과 위협을 통해 일대일로 협력을 더럽히고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본 JICA 오가타 평화개발연구소 연구원 세이푸딘 아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외교 정책을 감안할 때 중국이 DR콩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행보를 우려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것이 세계에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그의 세계관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아프리카 리소스 워치 DR콩고 사무소 프로젝트 책임자 시훈다는 미국이 DR콩고 핵심 광물 투자에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DR콩고 여론이 1996년 이후 발생한 모든 전쟁의 주범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 압박이나 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