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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 원조 중단에 동남아 '쇼크'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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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 원조 중단에 동남아 '쇼크' 일파만파

태국·베트남 등 보건·지뢰 제거 사업 차질
중국, 대규모 지원 약속하며 영향력 확대
미국 원조 중단, 신뢰성 논란 야기
중국, '미국 외교 정책 불신' 프레임 구축 시도
미국의 양자 간 대외 원조를 위한 주요 기관인 미국 국제개발처(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하에서 폐지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양자 간 대외 원조를 위한 주요 기관인 미국 국제개발처(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하에서 폐지됐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해외 원조 중단 결정이 동남아시아 지역의 보건, 지뢰 제거, 교육 등 다양한 개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동시에 중국이 이러한 공백을 메우며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18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태국 북서부 국경 인근의 매타오 클리닉은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미얀마 난민들에게 무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클리닉은 미국 원조 중단으로 미숙아용 인큐베이터 등 의료 장비 구입과 의료진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USAID는 매타오 클리닉의 두 번째로 큰 후원자였으며, 연간 운영비의 약 20%를 지원해왔다. 클리닉 관계자는 "새로운 후원자를 찾지 못하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961년 설립된 USAID는 미국의 양자 간 대외 원조를 담당하는 핵심 기관으로, 60개국 이상에 사무소를 두고 130여 개 개발도상국에 의료, 식량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대외 원조 산업과 관료주의가 미국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90일간의 원조 동결을 명령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USAID 프로그램의 80% 이상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HIV, 결핵 예방 사업에 대한 USAID 지원이 중단됐고, 필리핀에서는 기초 교육 지원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베트남 전쟁 당시 매설된 지뢰와 불발탄 제거 사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베트남 중부 꽝찌성에서는 지뢰 제거 작업이 중단됐고, 라오스에서는 불발탄 처리 작업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오스에는 약 8000만 개의 불발탄이 남아있어 매년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쟁의 유산(Legacies of War)' 프로젝트 CEO는 "우리가 초래한 참상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원조 중단으로 발생한 공백을 중국이 적극적으로 메우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캄보디아 최대 지뢰 제거 단체에 지난해 미국 지원액의 두 배에 달하는 44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의 케이 코가 부교수는 "중국은 동남아시아 지원을 확대하며 장기적인 관여 의지를 보여주고, 미국 외교 정책의 신뢰성 문제를 부각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USAID 원조 중단은 동남아시아 지역 개발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미국의 신뢰성 논란을 야기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