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공급망 재편 불가피

특히 한국산 배터리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받아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도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향후 전기차 공급망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18일(현지시각) 미국 로펌 딕킨슨 라이트의 전기차 전문 뉴스레터 플러그드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배터리 및 원자재에 대한 기존 25% 관세에 이어 2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 내 배터리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산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도 관세를 확대 적용할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 배터리 업체, IRA 혜택에도 ‘불확실성’ 커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현재 미국 IRA의 보조금을 받으며 현지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장기적으로는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플러그드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IRA 인센티브 정책을 유지할지는 불투명하다”며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투자 확대를 통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향후 미국 시장 내 정책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의 관세 정책이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을 포함한 배터리 제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원자재 공급망을 더욱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 원자재 확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산 배터리 가격 경쟁력 상승…GM·포드, 한국 업체와 협력 강화 가능성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GM과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기차 배터리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GM은 현재 한국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해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포드 역시 SK온과 손잡고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플러그드인은 “미국 자동차 업계는 중국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한국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한국 배터리 기업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산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생산 비용이 상승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배터리 공급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플러그드인과 인터뷰에서 “한국산 배터리는 IRA 보조금 혜택으로 인해 여전히 미국 내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향후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한국 업체들도 가격 조정과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유럽·동남아 시장 확대 ‘새로운 돌파구’ 모색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시장 외에도 유럽과 동남아 시장 확대를 통해 대체 시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내 배터리 공장 증설을 발표했으며, SK온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한국산 배터리에 추가적인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플러그드인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시장 내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및 동남아 시장 확장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