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인해 경쟁 심화와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지면서, 일본 7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수익 감소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닛케이아시아가 2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토요타, 혼다, 닛산, 스바루, 마쓰다, 미쓰비시, 스즈키 등 일본 7대 자동차 제조업체의 10~12월 분기 수익이 감소했다. 이에 더해 올해 1~3월과 6월 발표되는 다음 분기에도 계속 하락세를 거듭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7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지난해 10월~12월의 영업 이익 합계는 1조9900억 엔(133억 달러)으로,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토요타는 28% 감소한 1조2100억 엔, 닛산은 78% 감소한 311억 엔, 미쓰비시는 75% 감소한 138억 엔을 기록했다. 이 중 혼다와 스즈키만이 각각 5%(3973억 엔), 9%(1447억 엔)을 기록했을 뿐이다.
수익성도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엔저로 인해 10~12월 7개 자동차 제조업체의 통합 매출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25조 엔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글로벌 판매량은 2% 감소한 636만 대를 기록했다. 혼다와 닛산의 지속적인 침체가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 내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약화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딜러에게 지급되는 판매 인센티브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업계의 평균 인센티브는 2024년 말 기준 차량당 약 4000달러로 1년 만에 50% 급증했다. 미국 내 인센티브가 가장 낮은 토요타도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2000달러 가까이 올랐다. 인센티브가 가장 많이 오른 업체는 혼다로 130%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미국 내 자동차 시장 경쟁은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다. 스바루 이사회 이사 미즈마 카츠유키는 2월 실적 발표회에서 “중국과 유럽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일본, 미국,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모두 북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자동차(EV) 판매를 위한 투자로 인해 개발 및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인센티브 증가와 함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요타는 EV 및 소프트웨어 등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와 인건비 상승으로 10월에서 12월 사이 총 2000억 엔 가량의 이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이익 감소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몇 년 동안 7개 자동차 제조업체의 수익 추세를 살펴보면 분기별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경향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전년 대비 증가에서 감소로 전환된 것은 총 5번뿐이다. 수익 감소 이후다음 분기에는 5번 중 4번이 계속 감소하거나 심지어 손실 영역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인센티브와 비용 증가 추세가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도카이 도쿄 인텔리전스 연구소 스기우라 세이지는 “이런 성향을 보이는 이유는 자동차의 모델 갱신 주기가 다른 제품보다 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신모델을 시장에 출시하는 데는 개발에서 출시까지 3~5년이 걸린다. 그런데 신모델 판매가 부진하면 생산을 중단하는 데 수 개월이 다시 소요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북미에서 신 모델 판매가 부진한 닛산이다.
여기에 더해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60%, 다른 국가에 2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일본은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서만 110억 달러의 관세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업체는 닛산과 마쓰다로, 닛산은 미국 판매량의 약 35%를, 마쓰다는 30%를 멕시코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관세 적용을 무산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을 것으로 보여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장기 불황을 부추길 전망이다.
퀵 컨센서스 시장 전망치는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1~3월 영업 이익 합계를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서 4~6월에도 9%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