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파키스탄,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실존적 위협'에 직면

농업 생산 타격·물 부족 심화...정부 "기후 위기대응 시급"
2억4000만 인구 연 2.5% 증가...빈부 격차·삼림 훼손 가속화
파키스탄이 통제되지 않는 인구 증가와 심화되는 기후 변화의 이중고로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파키스탄이 통제되지 않는 인구 증가와 심화되는 기후 변화의 이중고로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진=로이터
파키스탄이 통제되지 않는 인구 증가와 심화되는 기후 변화의 이중고로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무하마드 아우랑제브 재무장관은 최근 유엔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두 요인이 파키스탄에 "실존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2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2022년 대홍수로 파키스탄 전역에서 최소 3300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은 이후, 기후 변화의 영향은 파키스탄 지배계층과 서방 파트너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주택이 파괴되고 농작물이 유실되며 가축이 대거 희생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도 기후 변화의 영향은 계속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다음 달 수확을 앞둔 밀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초겨울부터 한겨울까지 이어진 불규칙한 기온과 불충분한 강우량 때문이다. 또한, 파키스탄 북부 산악 지역의 강설량 감소는 농작물 파종을 위한 관개 시스템의 주요 수원인 댐으로의 물 공급 감소를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파키스탄의 농촌 주민들은 생계를 위협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으며, 도시 주민들은 더 높은 여름 기온과 짧아진 겨울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인구 문제도 심각하다. 세계 5위의 인구 대국인 파키스탄은 현재 2억4100만 명 이상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2~2.5%의 인구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이 인구 증가세를 늦추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러한 실패의 원인은 다양하다. 만연한 문맹과 빈곤으로 인해 가난한 부부들은 노년에 생계 부양을 위해 자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 또한, 무슬림이 다수인 국가에서 이슬람 성직자들과 공공·민간 기관 간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산아제한에 대한 효과적인 메시지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을 위한 의료 서비스 확대와 저소득층을 위한 실행 가능한 연금 제도 수립이 큰 과제로 남아있다. 파키스탄 인구의 약 40%인 1억 명 가량이 극심한 빈곤 속에 살고 있으며, 이들은 노후 보장의 형태로 대가족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암울한 전망에 직면해 파키스탄은 세 가지 방향에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심각한 빈부 격차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빈곤층에게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통한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통제되지 않는 인구 증가는 삼림 벌채를 가속화하는 등 파키스탄의 환경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둘째, 농업 부문의 광범위한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밀 생산은 정책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봄 수확한 밀의 시장 가격이 정부의 갑작스러운 곡물 구매 중단으로 정부 발표 가격의 최대 3분의 1까지 폭락해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셋째, 물 공급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파키스탄은 인구 수요에 비해 물 공급이 부족하며, 새로운 저수지 건설 등 저장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물 공급은 농업 생산량 증가와 줄어드는 산림 면적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파키스탄의 국내 이해관계자와 해외 파트너들은 기후 변화와 통제 불능의 인구 증가가 함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위기를 초래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결정적인 변화를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