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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금융시장, 정치 불안에 '한파'...주식·채권·외환 트리플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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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금융시장, 정치 불안에 '한파'...주식·채권·외환 트리플 약세

2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에크렘 이마모을루 시장의 구금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최루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에크렘 이마모을루 시장의 구금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경찰이 최루 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튀르키예 증시가 21일(현지시각)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최악의 한 주를 기록하는 등 튀르키예 금융시장에 한파가 몰아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야권의 대권 주자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의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등 정치 불안 심화로 주식 매도세가 폭주하자 보르사 이스탄불 증권거래소에서는 이날 두 차례의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리라화는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4% 하락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튀르키예의 달러 표시 국채 가격이 3일 연속 하락했고 장기물 국채는 2024년 1월 이후 최대 주간 하락 폭을 기록하는 등 주식·외환·채권이 ‘트리플 약세’를 보였다.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구금 조치에 대해 튀르키예 야당은 ‘쿠데타 시도’라고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로 "몇 달간 이어진 야권 인사들에 대한 법적 탄압이 정점을 찍었다"면서 "해당 조치는 반대 의견을 억압하려는 정치적 시도로 비판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야당 대권 주자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가 튀르키예 전역으로 확산했고,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행진했다.

튀르키예 주식시장의 벤치마크인 BIST 100 지수는 이날 7.82% 폭락했고, 은행업 지수는 9.37% 떨어졌다. 지수는 이번 주 15% 급락하며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대비하는 CDS 프리미엄은 18bp(0.18%포인트) 상승한 322bp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3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튀르키예 리라화는 미국 달러 대비 38.0050리라에 거래되며 지난 19일의 사상 최저치인 42달러 대비 반등했지만, 올해 연간으로 6.7% 하락했다. 로이터는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19일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약 100억 달러의 달러화를 매도해 리라화 가치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산했다.

중앙은행은 또한 1주일물 환매조건부채권(레포) 입찰을 중단하고 오버나이트 대출 금리를 46%로 인상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 조치가 실질적으로 350~400bp의 정책 긴축 효과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이러한 조치가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은행들의 대출 금리를 상승시키고 신용 공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면서 은행들의 재무제표에 부담을 줄 것으로 관측했다.

메흐메트 심섹 튀르키예 재무장관은 이날 시장 변동성을 '일시적' 이라고 평가하면서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또한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악화할 경우 긴축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로이터는 정치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으로 오는 4월17일로 예정된 다음 정책회의에서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도 물거품이 됐다고 내다봤다.

튀르키예는 18개월 동안 긴축 사이클을 고수하며 기준금리를 50%까지 끌어올린 뒤 지난해 12월 첫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이달까지 3회 연속 금리를 낮췄다. 이달 금융정책회의에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50bp 낮추며 42.50%로 내렸다.

이번 구금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정책 완화 사이클이 연중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JP모건은 중앙은행이 4월에는 정책 금리를 동결한 뒤 6월 회의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은 또한 주요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더 큰 심리적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