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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증시, 주식 절반 보유한 '실버 개미'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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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증시, 주식 절반 보유한 '실버 개미' 동요

주가 추가 하락 시 대량 매도 가능성...트럼프 경제 정책 '피벗' 불가피
미국 주식의 절반 가량을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크게 동요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주식의 절반 가량을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크게 동요하고 있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로이터
미국 베이비붐 세대가 향후 주식 시장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집단으로 떠올랐다. 또 뉴욕 증시의 주가가 급락하면 은퇴 자금을 주식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이들 세대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뉴욕 증시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뉴욕 증시보다 유럽, 홍콩, 중국 등 다른 나라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가 더 오르면서 ‘미국 예외주의’가 퇴조하고 있다.

뉴욕 증시 주식의 절반가량을 ‘실버 개미’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가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들이 매도 대열에 가담하면 증시 폭락 사태가 올 수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베이비부머의 주식 보유 규모는 20조 달러에 이르고, 이는 미국 전체 시총의 50%가량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은퇴 자금을 '401k' 투자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401k는 급여의 일부를 떼어 운용하는 은퇴 자금 계좌다. 미국인들이 다양한 투자 옵션을 선택할 수 있으나 대체로 초기 설정 후 손대지 않는 이른바 '셋 앤 포겟' 전략을 택한다. 그러나 증시 안팎의 불안감 확산으로 올해 들어 401k에 직접 손을 대는 미국인들이 4배가량 늘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뉴욕 증시의 주가가 하락하면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가 위축되고, 이것이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전체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부유층의 소비 감소로 ‘부의 효과’가 급락할 위험이 있다.

미 경제 전문지 마켓워치는 2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증시를 구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는 베이비붐 세대 투자자들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들은 보유 주식을 대체로 늘려가는 경향을 보이며 잘 팔지 않는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친 증시 대통령’을 표방했으나 그가 시작한 관세 전쟁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중가 지수가 내림세를 보인다. 마켓워치는 “트럼프 팀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에 따라 자산의 상당 부분을 주식에 투자한 베이비부머 층에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개미 투자자들이 지금 동요하고 있고, 이 그룹은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트럼프 정부가 관세 문제를 놓고 데탕트를 모색하거나 연방 정부 기관과 공무원 감축의 범위를 재조정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관세를 통한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에 초점을 맞추고, 주식 시장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주가가 10% 이상 떨어지는 조정 국면이 나타났고, 앞으로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 주가가 더 내려가 트럼프 정부가 중심축을 이동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한다.

지금 미국 경제는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를 살리려고 부양책을 동원하는 ‘트럼프 풋’ 가능성에 월가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파월 풋’은 일단 물 건너갔다. 연준은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고, 올해 0.25%씩 2번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당시와 같은 기조로 연준이 경제 진로에 서둘러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주가가 추가로 내리면 베이비부머가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릴 수 있다”면서 “이들이 은퇴를 늦추고,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60, 70대 연령층이어서 이들은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 준비를 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