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만 있으면 누구나 테무·알리익스프레스서 군용급 액세서리 손쉽게 구매
러-우 전쟁서 이미 활용...기존 방어 체계 무력화 우려 고조
러-우 전쟁서 이미 활용...기존 방어 체계 무력화 우려 고조

◇ 온라인 쇼핑몰에서 손쉽게 구매 가능한 전장 기술
임베디드 장치 보안업체 레드벌룬 연구진은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인공지능(AI) 드론 유도 모듈과 장거리 광섬유 테더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제로 사용된 것과 유사한 드론 부가 장치들을 발견했다. AI 드론 유도 모듈은 원거리에서도 사람과 차량을 식별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로, 드론을 정밀 타격 무기로 만들어준다. 수 마일에 달하는 광섬유 테더는 신호 방해 없이 드론이 넓은 지역을 비행할 수 있도록 하여 기존의 드론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레드벌룬의 앙 추이 최고경영자(CEO)는 "이 기술은 2년 전에는 상업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고, 취미 애호가들의 수요도 없었지만, 이제 제조업체들은 전쟁을 위해 이것을 만들고 있으며 그것이 흘러넘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300달러(약 43만9650원) 미만의 장거리 드론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일부는 200달러(약 29만3100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심지어 월 6만 대를 판매하는 업체도 있었다. 이들은 1마일 테더를 약 260달러(약 38만1030원), 7.5마일 테더를 약 700달러(약 102만5850원)에 구매했으며, AI 유도 모듈은 325달러(약 47만6287원)에 구입했다. 맥주 캔이나 물병 운반용으로 판매되는 106달러(약 15만5343원)짜리 화물 운반대는 박격포탄을 탑재하는 용도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기존 방어 체계의 한계와 새로운 위협
이처럼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드론 무기화 기술은 범죄 조직부터 불만을 품은 개인까지 다양한 주체에게 새로운 위협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보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는다. 레드벌룬의 데이브 토레스 FPGA 보안 책임자는 "이제는 공격하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IED를 날려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이라며 기존의 지상 기반 위협뿐만 아니라 공중에서의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이미 무기화된 드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의 드론 방어 기술은 도시 환경에서는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앙 추이 CEO는 "그것들을 격추하는 데 효과적인 것은 기관총, 레이저 그리고 대규모 전파 방해 장치인데, 이 중 어느 것도 도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레드벌룬이 드론을 직접 격추하거나 전파를 방해하지 않고 안전하게 무력화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드론을 전쟁 무기로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의 안보 개념과 방어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 보인다. 레드벌룬의 토레스는 "미군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가격으로 방산업체에 이러한 장치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라며, 저비용 고효율 무기의 등장이 가져올 안보 환경 변화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