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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비야디의 ‘5분 초급속 충전’ 기술, 문제는 충전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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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비야디의 ‘5분 초급속 충전’ 기술, 문제는 충전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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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 로고. 사진=로이터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가 충전 5분 만에 최장 250마일(약 400㎞)을 주행할 수 있게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미국 테슬라의 슈퍼차저보다 두 배 빠른 충전 속도로, 실현된다면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 장애물인 충전 속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상용화까지는 충전 인프라 구축이라는 현실적 난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비야디는 다음 달 출시 예정인 두 모델에 ‘5분 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기술은 전면 액체 냉각 방식의 메가와트급 플래시 충전 시스템과 신규 개발된 실리콘 카바이드 기반 전력 칩이 결합된 방식으로 최대 1000볼트 전압을 차량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비야디의 주장이다.
현재 테슬라 모델3 등 대중적인 전기차는 400볼트 기반으로 작동하며 일부 고급 모델이 800볼트 플랫폼을 채택하고 있다. 오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루시드 모터스의 '그래비티'는 926볼트 수준이다. 이와 비교해볼 때 비야디의 1000볼트 시스템은 전압 면에서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미국 IT 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문제는 충전 인프라”라고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비야디는 이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전용 충전기를 4000기 이상 중국 내에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설치 일정이나 장소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캠퍼스 전기차 연구센터 소장인 길 탈은 와이어드와 한 인터뷰에서 “충전소 설치에 길게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며, 고압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 기존 전력망을 재정비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메가와트급 초급속 충전 시스템은 일반 충전기보다 두꺼운 케이블과 고성능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구리 사용량, 냉각장치, 접속단자 등 전반적인 자재와 구축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이 비용이 충전 요금에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야디의 기술은 기존 상용차 중심의 초급속 충전 시장에서 승용차로의 확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재까지 메가와트 충전은 대형 트럭이나 버스 등 배터리 용량이 큰 상용차를 대상으로 개발돼 왔다. 운행 시간이 곧 수익과 직결되는 상업용 차량은 충전 시간 단축이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5분 충전’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탈 소장은 “대부분의 전기차 운전자들은 집이나 직장에서 느린 속도로 충전하고 있으며, 장거리 여행 중 20분에서 1시간 정도 쉬는 것은 오히려 적절한 휴식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비야디의 이번 발표가 도심 밀집지역 등 공간이 제한된 곳의 충전 인프라 구성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 전기차 충전소 운영 소프트웨어 업체 베터플릿의 대니얼 힐슨 대표는 “충전기 수를 줄이고 고출력 방식으로 압축하면 도심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어드는 이번 기술이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비야디가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와이어드는 “중국은 전기차 기술 개발과 상용화 면에서 미국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비야디의 이번 발표는 전기차 전환 경쟁에서 미국에 위기감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