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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SDI 주가 5년래 최저…“韓 배터리 3사, 4분기 8400억원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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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SDI 주가 5년래 최저…“韓 배터리 3사, 4분기 8400억원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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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로고. 사진=로이터


삼성SDI를 비롯한 한국 배터리 3사가 지난해 4분기 일제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과 기술 상용화 지연, 공장 가동률 하락 등 복합적인 요인이 한국 배터리 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이하 현지시각) 차이나이코노믹넷에 따르면 삼성SDI 주가는 지난 14일 장중 한때 7% 넘게 급락하며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누적 하락률은 29.3%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삼성SDI가 추진 중인 2조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배터리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2024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영업손실은 총 8416억 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삼성SDI가 2567억 원, LG에너지솔루션이 2255억 원, SK온이 35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삼성SDI는 배터리 설치량이 전년 대비 10.6% 줄며 시장 점유율도 3.3%로 하락, LG에너지솔루션(10.8%)과 SK온(4.4%)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유럽과 북미 시장의 전기차 수요 둔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 지연 △생산비 부담 및 공장 가동률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EU 내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144만2000대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7.3% 증가하는 데 그쳐 글로벌 평균을 밑돌았다. 테슬라와 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하거나 전동화 투자 계획을 연기하는 등 수요 위축이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기술적으로는 삼원계 리튬배터리와 4680 대형 원통형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지만 상용화 속도가 더디고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 전환에도 뒤처졌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에너지 밀도, 출력 등에서도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며 저가형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생산비와 고정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유럽 신공장의 지난해 3분기 평균 가동률이 60%로, 전년 동기 73%보다 크게 떨어졌다. SK온의 공장 가동률은 2023년 95%에서 2024년 46%까지 급락했다.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유럽·미국 등 현지에 공장을 건설한 배터리 업체들에 대해 현금 보조 등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GM과의 합작사를 통한 헝가리 배터리 공장 증설, 한국 내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 등을 위해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이다. LG그룹은 지난해 3월 발표한 10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에 따라 향후 5년간 배터리 기술 등 핵심 사업 강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한국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박람회에서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3사가 모두 46 시리즈 대형 원통형 배터리의 신기술을 선보였다. 이들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출력, 생산 효율 면에서 기존 제품보다 크게 향상됐지만 한국 배터리 업계가 향후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성 확보 등 구조적인 개선에 성공해야 기술 우위를 시장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