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바이든 '경제 실책' 닮아간다..."'바이브세션'이 실제 침체로 이어질 수도"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바이든 '경제 실책' 닮아간다..."'바이브세션'이 실제 침체로 이어질 수도"

주가 하락·경제 불확실성 고조 불구 관세 전쟁 강행 파장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4년 11월 1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24년 11월 1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실패를 답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3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경기 침체 우려를 낳고, 주가 급락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그가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분위기 악화를 무시했던 바이든 전 대통령과 같은 정치적 손상을 입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미국 경제가 강하다고 주장하다가 지난해 말 민주당이 대선과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유권자들은 비록 경제 지표가 나쁘지 않았으나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었고, 그 책임을 현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에 물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으로 S&P500지수가 조정 국면에 진입하기도 했다”면서 “트럼프 정부 측이 경제 환경이 어두워지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뉴욕 증시의 주요 주주가 지수가 하락해 유럽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 증시에 역전을 당했다. 소비자신뢰지수도 하락하고 있으며 관세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경제 참모진은 ‘과도기론’을 내세워 현재의 경제적 혼란이 곧 수습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 매체에 “분위기가 확실하게 뒷걸음질하고 있다”면서 “기업, 소비자 조사나 주식시장에서 이런 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증시의 간판 지수인 S&P500지수는 지난 19일 당시의 최고치에 비해 10% 이상 하락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런 조정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책임자들은 현재의 경제 분위기를 외면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주가 조정이 건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내에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과도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과 소비자들은 관세 전쟁이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인한 경제적 과실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주가가 곧 반등하지 않으면 이것이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바이든 정부 당시의 침체된 분위기와 트럼프 정부 초기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정부 초기의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 실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브세션은 실제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분위기(vibe)'에 따라 경기 침체(recession) 쪽으로 인식이 기우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이 수그러들면서 2022년께부터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지표상으로는 경제가 침체 상태에 있지 않았는데도 고물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국인들이 불안한 심리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소비 위축, 성장 둔화의 위기감이 조성됐다. 전임 바이든 정부는 고용·성장이 탄탄했으나 미국 유권자는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라며 선거를 통해 심판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시장이 경제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베선트 장관이 주식시장의 매도 움직임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고, 이 소비의 절반가량을 소득 상위 10% 계층이 담당한다. 이들 고소득층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어 주가가 하락하면 소비가 위축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