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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트럼프 행정부에 의한 '토사구팽' 우려 여론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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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트럼프 행정부에 의한 '토사구팽' 우려 여론 고조

트럼프-젤렌스키 충돌 후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 불안감 확산
TSMC의 미국 1000억 달러 투자 발표는 '트럼프 달래기' 시도로 해석돼
라이칭테(Lai Ching-te) 타이완 총통이 2025년 3월 21일 타이베이 쑹산 공군기지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라이칭테(Lai Ching-te) 타이완 총통이 2025년 3월 21일 타이베이 쑹산 공군기지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격렬한 대립 이후 對우크라이나 원조를 대폭 삭감하면서, 대만에서는 자국도 언제든 '버스 밑으로 던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 간의 백악관 충돌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 직후,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미국 내 신규 시설에 10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타이밍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대만은 트럼프 행정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은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영토적 야망을 가진 크고 적대적인 이웃 국가를 두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주장하는 것처럼, 중국도 대만에 대한 영유권을 정당화하며 대만은 독자적인 문화, 역사, 언어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만은 우크라이나처럼 미국을 주요 무기 공급원으로 하는 안보 관계에 의존하고 있다.

3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대만에서는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라는 슬로건이 널리 퍼졌다. 중국의 침공 시 미국이 직접 개입을 자제하고 대만이 홀로 방어해야 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트럼프는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고 비난하며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만은 이미 미국으로부터 매년 수십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 사이의 논쟁은 백악관의 새 행정부 하에서 공유된 민주적 가치나 인권보다 거래 중개와 권력 정치가 우선시될 것임을 보여준다. 젤렌스키가 트럼프에 맞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 중단이라는 처벌을 받은 것처럼, 대만 역시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지 않으면 비슷한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라이칭테(賴清德) 대만 총통은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와 친분을 쌓기 위해 노골적인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만 국민이 수십 년 동안 강조해온 민주주의적 가치를 단숨에 버리는 지도자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대만은 지난 10년간 2016년 최초의 여성 대통령 선출, 2019년 아시아 최초의 동성결혼 합법화 등 진보적 성과로 국제무대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2014년 '해바라기 운동'의 여파로 등장한 젊은 정치인 세대는 대체로 진보적 성향을 띠고 있다.

대만이 이런 진보적 정치 가치를 수용한 핵심 동기 중 하나는 국제사회에 가입할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지난 10년간의 성과로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자신감을 얻은 대만이 단지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새롭게 발견한 진보적 정체성을 쉽게 버릴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대만에는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로 대만을 전폭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트럼프 지지자들도 있다. 이들은 MAGA 공화당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유포한 주장들을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대결을 단순한 협상 전술로 해석하려 한다.

동시에 대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안정한 상황이 '미국-회의론'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종종 친중 성향의 인사들 사이에서 유포되며, 중국의 허위정보 캠페인과도 연결되어 있다. TSMC의 대규모 투자 발표 역시 일부에서는 라이 정부가 불확실한 안보 보장을 대가로 대만 반도체 산업의 핵심을 미국에 넘기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만의 미국에 대한 회의론은 냉전 시기의 심리적 트라우마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많은 대만인들에 1979년 미국이 타이베이에서 베이징으로 외교적 인정을 전환한 것은 대만을 '버림'받은 사건으로 기억된다.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은 이러한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라는 말은 백악관 참사 이후에도 계속 유효하며, 대만은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대만이 직면한 위협은 적대적 이웃의 침략뿐만 아니라, 소위 동맹국에 의한 버림받음의 위험이기도 하다.

정치 분석가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대만이 미국이라는 단일 동맹에 의존하는 안보 전략을 재고하고,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