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강조해 온 ‘인공지능(AI) 중심 성장 전략’의 신뢰성과 회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를 인용해 테슬라의 2024년 하반기 자본 지출이 총 63억 달러(약 9조2000억 원)에 달했으나 같은 기간 유형자산 총액은 49억 달러(약 7조2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같은 수치는 테슬라가 발표한 투자자용 슬라이드 자료와 현금흐름표에도 명확히 나타나며 이론적으로는 큰 자산 매각이나 손상 인식이 없는 한 양자가 대체로 일치해야 한다는 게 회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라고 포춘은 지적했다.
티모시 모리슨 미국 노트르담대 회계학과 교수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국내에서만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이런 차이는 문제 소지가 있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특히 회사가 해당 자산의 손상처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자산을 대량 매각한 흔적도 없다면 내부 통제 문제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리슨 교수는 과거 다국적 제조업체의 회계를 주로 맡아왔으며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의 내부 감사를 총괄한 바 있다.
테슬라의 외부 감사는 지난 2005년부터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맡고 있다. 하지만 포춘에 따르면 이같은 논란에 대해 PwC 측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렛 넬슨 CFRA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회계 문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PwC나 회사 측이 이번 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환율 변동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유럽 현지 자산이 많은 테슬라의 경우 유로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인 지난해 하반기 기간 동안 독일 소재 기가팩토리4의 자산 가치가 장부상 낮게 평가됐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FT는 테슬라가 보유한 장기 자산의 80%가 미국에 위치해 있어 환율 변동만으로 설명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모리슨 교수 역시 “환율이 회계에 기묘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불일치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내용연수 종료 자산의 제거’가 꼽힌다. 기업이 감가상각을 마친 자산을 장부상에서 제거하는 경우 해당 자산의 취득가와 누적 감가상각액이 동시에 사라지므로 자산 총액에는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이 역시 테슬라 측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투자자들의 의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포춘은 지적했다.
논란이 커진 배경에는 일론 머스크 CEO가 추진 중인 테슬라의 미래 전략이 있다. 그는 최근 직원들과 가진 회의에서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중심으로 하는 AI 기반 사업 전환 구상을 강조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AI 관련 누적 투자액이 50억 달러(약 7조3000억 원)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바브 타네자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월 실적 발표회에서 “2024년 연간 설비 투자는 113억 달러(약 16조6000억 원)로 전년 대비 24억달러 증가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해 즉각적인 효과를 얻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초집중 투자’ 행보와는 달리 테슬라는 지난 한 해 동안 150억 달러(약 22조 원)의 영업현금흐름을 올리고도 별다른 배당을 하지 않은 채 39억 달러(약 5조7000억 원)의 신규 부채를 조달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의문을 낳았다. 자금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를 늘린 것은 통상적으로 회계 위험 신호로 간주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