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굴지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자사 전기차 배터리의 내구성과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독특한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수박에 배터리 보호용 특수 코팅을 입히고 이를 건물 6층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23일(현지시각)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베이징 외곽 샤오미 산업단지에 있는 자사 전기차 사업부 건물 옥상에서 수박 3통을 떨어뜨리는 장면을 촬영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영상에서 사용된 수박은 샤오미가 SU7 울트라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한 특수 보호 코팅으로 감싸져 있었다.
샤오미는 이 코팅이 충격, 찢김, 천공에 강한 저항력을 가진 소재라며 배터리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상 속 수박은 6층 높이에서 떨어졌음에도 겉이 터지지 않은 채 바닥에 착지했다. 샤오미는 “이를 통해 자사 전기차 배터리가 충돌 시 얼마나 잘 보호되는지를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SU7 울트라는 샤오미가 지난달 출시한 고성능 전기차로 가격은 약 7만5000달러(약 1억원)다. 출시 직후 2시간 만에 사전 주문 1만대를 넘기며 큰 관심을 모았고 주요 구매층은 30세에서 35세 사이의 여성 소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 CEO는 “SU7 울트라는 디자인과 성능, 안전성을 모두 갖춘 모델로 특히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았다”고 밝혔다. SU7 울트라는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중국 고급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며 내놓은 첫 전략 모델이다.
일렉트렉은 이같은 관심의 배경에 레이 CEO의 온라인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약 44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490여개의 영상으로 총 2억1000만건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샤오미의 수박 실험이 과장된 퍼포먼스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실제로는 고열, 고압, 외부 충격 등 복합적인 조건 속에서 안전성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수박 낙하 실험만으로는 과학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실험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 시연에 가깝다”며 “실제 차량 배터리는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종합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제조사로 잘 알려진 샤오미는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억6850만대를 기록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를 넘겼다. 최근에는 전기차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진행 중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