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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반도체 업계, 전기차 성장 둔화로 인력 감축·투자 연기

인피니언, 르네사스 등 세계 주요 제조사들 구조조정 단행
생산 능력 과잉과 중국 경쟁사 도전까지... 업계 전반 위기감 고조
세계 최고의 전력 반도체 공급업체인 독일의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가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고의 전력 반도체 공급업체인 독일의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가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사진=로이터
전기차 공급망의 핵심 부품인 전력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의 예상보다 저조한 성장으로 인한 과잉생산 능력에 시달리면서 인력 감축과 투자 연기에 나서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일본의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수백 명에 달하는 정리해고를 계획하고 있으며, 올해 초 시작 예정이었던 대규모 전력 반도체 생산을 연기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제조 시설은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동안 용량의 약 30%만 가동되었으며, 이는 이전 분기의 약 40%에서 더욱 하락한 수치다.

전력 반도체는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가전제품의 효율성 향상에 기여하는 중요 부품으로, 인공지능 칩과 함께 반도체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여겨져 왔다. 글로벌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대비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했으나, 예상보다 낮은 시장 성장세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전력 반도체 공급업체인 독일의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는 1,400명의 일자리를 줄이고 1,400명을 추가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2위 업체 온세미도 대규모 해고를 계획하고 있으며,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조기 퇴직을 통해 인력을 줄일 예정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관련 부품 및 자재 공급업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전력 반도체용 웨이퍼 기판을 제조하는 미국 울프스피드는 전 세계 인력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000명의 해고를 발표했다.

일본 기업들도 생산 계획을 재조정하고 있다. 산큰전기는 지난해 전기차 전력 모듈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었으나 2년 연기했으며, 스미토모 전기는 기존 공장에 생산 라인을 추가하는 것뿐 아니라 반도체 재료를 위한 새로운 공장 건설 계획까지 폐기했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9% 증가한 1,137만 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3년 30%, 2022년 75% 증가에 비해 급격히 둔화된 수치다. 이로 인해 전력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재고가 크게 증가했으며, 지난해 10월~12월 분기에 유럽, 미국 및 일본의 7개 주요 기업의 매출액 대비 재고는 평균 99일로 1년 전보다 18% 증가했다.

업계의 또 다른 도전 과제는 중국 경쟁사들의 부상이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는 지난해 초 자체 시설에서 전력 반도체 본격 생산을 시작했으며, 캔세미 테크놀로지 역시 고성능 전력 반도체 양산에 나섰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칩 제조 장비의 수출을 제한함에 따라 중국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규제를 벗어난 장비를 구매하여 전력 반도체와 같은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제 중국 전력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며, 제조업체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단계에 있다"고 SEMI Japan의 산업 전문가 아오키 신이치는 분석했다. 일본 제조업체의 한 임원도 중국 기업들이 지난 몇 년 동안 기술적 격차를 크게 좁혔다고 언급했다.

전력 반도체는 일본 제조업체들의 강점 분야이지만, 규모와 재정 자원 면에서는 미국 및 유럽 제조업체에 비해 열세에 있다. 미쓰비시 전기, 후지 전기, 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약 11%로, 인피니언의 약 20%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제조업체들은 자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 시설 투자에 협력하고 있다. 도시바와 롬은 공동으로 생산 시설에 약 3,800억 엔(25억 4,000만 달러)을 투자하고 있으며, 후지 전기와 덴소는 약 2,100억 엔을 함께 투자할 계획이다.

전력 반도체 업계는 단기적인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산업 자동화 등의 분야에서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투자 계획 재조정과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의 어려운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