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가 미국과 통상 마찰을 피하기 위해 230억달러(약 33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보복관세를 막고 660억달러(약 96조8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대미 수출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인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국이 협상 중인 1단계 무역 합의에서 인도가 미국산 수입품 중 55%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해 관세를 대폭 낮추거나 일부 폐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다음달 2일부터 발효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보복관세 시행을 앞두고 나온 조치다. 인도 정부는 보복관세가 자국의 대미 수출 중 87%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국은 지난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방미 당시 조속한 무역 합의 추진에 뜻을 모았으며, 이와 관련해 브렌던 린치 미 무역대표부(USTR) 남중아시아 담당 대표가 이끄는 협상단이 25일부터 뉴델리에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다만 관세 인하 방침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며 품목별 조정이나 특정 산업 중심의 협상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도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보복관세 면제를 조건으로 관세 인하를 추진할 방침이다. 관세 인하 품목으로는 아몬드, 피스타치오, 오트밀, 퀴노아 등이 거론되며 육류, 옥수수, 밀, 유제품 등 민감 품목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에 대해선 현재 100%가 넘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요구에 비해 인도 정부의 전면적인 관세 개편 의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에도 인도를 ‘관세 왕국’이라고 지칭하며 관세 철폐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인도 내에서도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의약품과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닐 바르트왈 인도 무역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비공개 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중요하지만 국가 이익은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인도의 고급 오토바이·위스키 관세 인하를 언급하며 "더 큰 그림을 생각하라"고 압박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