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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루피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5년 만에 최저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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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루피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5년 만에 최저치 기록

올해 3% 절하... 재정 적자·정치 불확실성 등 복합 요인 영향
경제학자들 "경제 펀더멘털 대비 '오버슈팅' 현상... 정부의 신중한 재정 관리 필요"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2025년 내내 꾸준히 약세를 보이며 올해 최악의 신흥국 통화 중 하나가 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2025년 내내 꾸준히 약세를 보이며 올해 최악의 신흥국 통화 중 하나가 되었다. 사진=로이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미국 달러 대비 25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며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에 도달했다고 25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25일 루피아는 달러당 16,640루피아까지 떨어졌으며, 인도네시아 은행이 발표한 자카르타 은행간 현물 달러 환율에 따르면, 전일 대비 0.37% 하락한 16,622루피아로 마감했다.

루피아는 2025년 들어 꾸준히 약세를 보이며 올해 3% 절하됐고, 이는 올해 가장 실적이 저조한 신흥 시장 통화 중 하나로 꼽히게 했다.

경제학자들은 최근의 루피아화 급락을 "오버슈팅"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트리메가 시큐리티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파크룰 풀비안은 "이는 경제 펀더멘털의 변화로 인해 통화가 보증된 것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풀비안은 루피아화가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더라도 달러당 16,800루피아 수준까지 오버슈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글로벌 수출 전망이 약화됨에 따라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루피아화 약세의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재정 적자에 대한 우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행정부 초기 단계를 둘러싼 불확실성, 다난타라 국부펀드 출범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반응, 스리 물야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의 다음 달 사임 가능성에 대한 소문 등이 통화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불안 요소들은 지난주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 종합지수가 7% 급락하며 일시적인 거래 중단까지 촉발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재정 전망과 정치적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풀비안은 현재의 루피아 하락세가 인도네시아 정부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 경제 둔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보다 신중한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는 국내 시장에서 미국 달러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완충 장치로서 추가적인 글로벌 채권 발행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몇 달간 루피아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으나, 글로벌 달러 강세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통화 가치 하락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루피아 약세가 단기적으로는 수출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입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외화 표시 부채 상환 부담도 증가하게 되어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재정적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외화보유액 관리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재정 정책의 신중한 운용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향후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루피아화의 추가 약세 여부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 인도네시아의 재정 건전성 개선 노력,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