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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스태그플레이션-라이트' 조짐...소비자 기대 지수도 급격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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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스태그플레이션-라이트' 조짐...소비자 기대 지수도 급격 악화

고통 지수 1970년대보다 현저하게 낮으나 관세 전쟁 파장 우려 증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고조 등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가벼운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코스트코 매장.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고조 등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가벼운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코스트코 매장. 사진=AP/연합뉴스
미국 경제가 지난 1970년대와 같은 고물가 속 높은 인플레이션 상태에 이르진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파장 등으로 당시보다는 가벼운 '스태그플레이션-라이트(Stagflation-lite)'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 집권 2기 초반 몇 주 동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낮추고,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올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 전쟁에 따른 경제 불안은 일시적인 과도기 현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앞으로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의 조처를 단행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트럼프 정부 경제팀이 주장했다.

로이터는 “미국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지만, 그 정도가 1970년대처럼 심하지는 않을 것이나 '고통 지수(misery index)' 추이에 이코노미스트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물가가 상승하는 불황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물가가 하락하고 호황기에는 물가가 상승한다. 그러나 1970년대엔 미국에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났다. 그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석유 파동에 따른 유가 상승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궁핍 지수 또는 고통 지수로 표현한다. 이 지수는 물가 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수치다. 이 수치가 올라갈수록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고통이 커진다.
연준은 지난 18~19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기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더 올리고,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췄다. 연준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 방향으로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로이터가 짚었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이하 중간값)를 지난해 12월의 2.1%에서 1.7%로 내렸다. 연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종전 2.5%에서 2.7%로,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종전 2.55%에서 2.8%로 각각 올렸다. 연말 실업률 예측치는 종전 4.3%에서 4.4%로 소폭 올렸다. 조 브루스엘라스 RSM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평가는 한마디로 ‘스태그플레이션-라이트’ 상태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고통 지수는 아직 낮지만, 심리 지수가 나빠지고 있다”면서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속에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가계는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금융 기업 싱크로니 파이낸셜(Synchrony Financial)은 “미국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과 경제 전망 악화로 인해 실제로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미국 가계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 3월 들어서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는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경제 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가 이날 발표한 3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92.9(1985년=100 기준)로 2월(100.1) 대비 7.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가 3월 65.2로 전월 대비 9.6포인트 급락해 지난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대지수는 소득과 사업, 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반영해 산출한다. 기대지수가 80선 미만 구간으로 떨어지면 통상 경기 침체 위험 신호로 여겨진다. 기대지수는 지난 2월 80선 미만으로 떨어졌다. 현재 사업·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소비자 평가를 반영한 '현재 상황 지수'는 134.5로 3.6포인트 하락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