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하원 공화당 지도부가 연방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책을 잇따라 제동하는 데 반발하면서 지방법원을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한 초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과 AP통신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와 AP에 따르면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원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책을 막는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위험한 흐름”이라며 “의회는 연방 법원을 없앨 권한도 있으며 지금은 비상시국인 만큼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 예산, 법원 운영 등에 대해 의회가 권한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최근 연방 판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연방 기구 해체, 공무원 해고 조치 등에 대해 잇따라 효력 정지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존슨 의장은 특히 “전국적 효력을 가진 가처분 명령을 지방 법원이 내리는 것은 월권”이라며,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하원 법사위를 통과했으며 다음주 청문회도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워싱턴 D.C. 연방법원 수석판사 제임스 보즈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인 수백 명을 강제 송환하는 조치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해당 판사의 탄핵을 주장했고, 엘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장관도 이를 지지했다. 머스크는 판사 탄핵 법안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사법 판결에 대한 반대가 곧 탄핵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존 튠 의원도 “절차에 따라 항소심이 진행되면 된다”며 신중론을 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이같은 움직임을 ‘사법부에 대한 전면전’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원을 폐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다”며 “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를 막는 최후의 보루”라고 지적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 함께 연방정부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각종 부처를 정리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지만 이에 대한 소송이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하버드로리뷰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2017~2021년) 대통령 행정조치에 대해 발부된 전국 단위의 가처분 명령은 전체의 66%에 달했다.
이날 공화당 하원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도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며, 주말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학 레슬링 경기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논의했다고 밝혔다.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보즈버그 판사를 포함한 일부 판사에 대해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탄핵결의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들은 특히 보즈버그 판사가 이민자 송환 중단 명령을 내렸음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어기고 중남미로 송환을 강행한 데 대해 조치를 취하자 반발하고 있다.
보즈버그 판사는 이들이 송환된 엘살바도르에서 악명 높은 메가 교도소에 수감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계 미국인 수용을 정당화했던 ‘적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 하원 법사위 간사인 제이미 래스킨 의원은 “법원이 잇따라 대통령 조치를 막는 것은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위법하거나 권리 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던 위원은 보즈버그 판사에 대해 “그의 결정은 말도 안 된다”며 청문회를 통해 사법권 남용 여부를 집중 조명하겠다고 예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