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각) 카스쿱스에 따르면 자동차 정보 분석업체 아이씨카스는 미국에서 운행 중인 차량 100만대 이상을 대상으로 신차 구매 후 5년간의 감가상각률을 분석한 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는 평균적으로 5년 만에 58.8%의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전체 평균인 45.6%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기차 가운데 가장 높은 감가상각률을 보인 차량은 재규어 ‘아이페이스’로 5년 만에 무려 72.2%의 가치를 잃었다. 이는 약 5만1953달러(약 7600만원)의 손실에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감가상각률이 높은 전기차는 BMW 7시리즈(67.1%), 테슬라 모델S(65.2%), 인피니티 QX80(65.0%) 순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와 기아 전기차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은 58.0%, 기아 니로 EV는 59.2%의 감가상각률을 기록했다. 각각 약 1만9062달러(약 2800만원), 2만3439달러(약 3400만원)의 가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두 차종 모두 전기차 평균 감가상각률을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아이씨카스는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의 잔존 가치는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보조금과 빠른 기술 진화, 충전 인프라 문제 등이 감가상각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감가상각률이 가장 낮은 차종은 스포츠카였다. 포르쉐 911은 5년간 단 19.5%(2만4428달러·약 3600만원)의 가치만 하락했고 포르쉐 718 카이맨은 21.8%, 718 복스터는 29.6%를 기록했다.
픽업트럭 중에서는 토요타 타코마가 26.0%, 토요타 툰드라가 29.1%, 포드 레인저가 34.7%로 비교적 낮은 감가상각률을 보였다.
혼다 시빅(28.0%), 토요타 코롤라 해치백(30.1%), 토요타 라브4(30.9%) 등 일본 브랜드의 내연기관 준중형차들도 높은 잔존 가치를 유지했다.
칼 브라우어 아이씨카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감가상각은 신차 구매 비용 중 가장 부담스러운 요소”라며 “같은 친환경차라도 하이브리드차는 5년간 40.7%의 감가상각률을 기록한 반면에 전기차는 58.8%에 달했다”면서 “이같은 차이는 소비자가 향후 수천만 원의 손실을 경험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기차 시장에서 꾸준히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번 자료는 중고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향후 브랜드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