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표단 초청 없는 그린란드 방문에 덴마크 "용납할 수 없는 침략 행위" 규정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6일(현지시각) 우샤 밴스 부영부인과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의 그린란드 방문이 현지에서 분노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는 지난 15일 "우리는 판매용이 아니다(We Are Not For Sale)"와 "아니오는 아니오(No Means No)"라는 팻말을 든 시위대가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발언에 항의했다. 원래 그린란드 문화 기념 행사로 제시됐던 이번 방문은 미국 측이 국가안보 중심으로 초점을 전환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번 방문은 덴마크뿐 아니라 그린란드, 그린란드 정치인들, 그린란드 국민들에게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압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진지하다. 그는 그린란드를 원한다"고 덴마크 텔레비전에서 강조했다.
◇ 군사적 방안도 언급하며 "어떤 식으로든 얻을 것" 압박
백악관은 당초 계획된 개 썰매 경주 참관 대신 그린란드 민간인 거주지에서 900마일 떨어진 피투픽 우주 기지(툴레 공군 기지) 방문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이번 대표단에는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포함됐으며, 그린란드 측은 이를 "매우 공격적인" 움직임이라고 비난했다.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5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정말 중요한 문제"라며 28일 방문 계획을 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번 달 의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그것을 얻을 것"이라고 발언해 그린란드 주민들의 불안을 고조시켰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부 장관은 "대표단이 그린란드 정착촌 대신 자신들의 기지만 방문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상황이 악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축소되고 있다"고 덴마크 라디오에 전했다.
트럼프와 덴마크의 갈등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레데릭센 총리가 그린란드 매입 제안을 "터무니없다"고 일축하자 트럼프는 "불쾌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그린란드 매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했고, 덴마크가 협조를 거부할 경우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덴마크 의회 그린란드 의원 아자 켐니츠는 "그린란드가 정부 구성 과정에 있는 동안 공식 초청 없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무례하다"며 "그린란드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린란드는 텍사스의 3배 크기로 북극에서 북미와 러시아 사이 전략적 위치와 핵심 광물 매장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월 덴마크는 그린란드 국방 강화를 위한 19억 달러 규모의 패키지를 발표했지만,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그린란드 보호를 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병력 증강을 제안했고,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유럽연합(EU)이 다른 나라의 국경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덴마크 국제학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울리크 프람 가드는 "그린란드 주민들이 최근 트럼프의 의도에 대한 신뢰를 잃고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그린란드는 지난 40년간 꾸준히 자결권 확대를 향해 나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 주민들이 코펜하겐으로부터 어렵게 획득한 외교적 자율성과 천연자원에 대한 결정권을 워싱턴에 넘겨줄 의향이 전혀 없다"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영토 문제를 넘어 그린란드의 정체성과 자치권의 근본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