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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분야 관세를 발표한 것을 두고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미국 내 차량 판매가격을 수백만∼수천만원 올려 미국 소비자들에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가 세수를 연간 1천억 달러(약 147조원) 늘리고 제조업체들이 미국 내 생산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관세 충격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타격이 더욱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상무부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외국산 승용차 및 경량트럭은 전체 차량 판매량의 절반가량인 약 800만대로, 액수로는 2천435억 달러(약 358조원)에 달했다. 지잔해 미국에 수입된 자동차 및 소형 트럭 수입 규모는 2천440억 달러(약 359조원)에 달한다. 대표적 대미 수출 국가는 멕시코, 일본, 한국 등의 순이었다. 뉴욕증시 외국 생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가 수입 자동차 가격은 물론 미국 브랜드 차량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자동차전문 사이트 카스닷컴은 올해 2월 기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조립해 수입된 차량의 51%가 미국 브랜드였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픽업트럭인 쉐보레의 '실버라도' 모델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멕시코와 캐나다 공장에서 조립된다고 전했다. 미국 포드의 SUV 에지는 캐나다 공장에서 조립되며, 쉐보레의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는 한국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수입된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관세를 발표하면서 "외국산 자동차 관세 부과로 연간 1천억 달러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근거는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의 외국산 차량 수입액수가 2천400만달러대였고, 관세 부과 후 수입량 감소 효과를 고려하면 관세 수입이 1천억 달러에 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발표 후 즉각 유감을 표명했고, 캐나다는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대응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자동차 관세 발표 예고에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2% 낙폭을 보였다. 자동차 관세에 대한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 조치로 인해 무역전쟁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미국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 자동차 제조사 주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부과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급락하는 분위기다. GM은 이날 자동차 관세 발표가 예고되면서 장중 3.1% 하락한 데 이어 관세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오후 7시 기준 7% 추가 급락했다. 크라이슬러의 모회사 스텔란티스와 포드도 비슷한 시각 시간 외 거래에서 각각 4%대 낙폭을 보였다.
뉴욕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발표한 수입차 관세 여파를 주시하며 보합권 동반 강세로 출발했으나 이후 밀리고 있다. 글로벌 무역전쟁 가능성이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으나, 개선세를 보인 실물경제 지표들이 가라앉으려는 시장을 지지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전날 일제히 하락 마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고조돼 3거래일 연속 동반 상승세를 접고 일제히 미끄러졌다. 특히 빅테크 종목 약세로 나스닥지수는 2.04% 하락하며 2주간 잠겨있던 조정 영역(최고점 대비 10% 이상↓)에서 발을 뺀 지 2거래일 만에 최고점(20,204.58) 대비 11.41% 낮은 수준으로 되돌림했었다. 나스닥지수는 현재 고점 대비 11%가량 낮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장 마감 후 미국산이 아닌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12일 발효한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에 이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 발표 예정인 상호관세에 대해서는 "범위와 규모가 축소될 수 있으며 '유연하고 관대한 수준'이 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느끼는 관세 불안은 쉬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작년 4분기(10월~12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전기 대비 연율 2.4%로, 시장 예상치(2.3%)와 잠정치(2.3%)를 모두 상회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주간(16일~22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계절 조정 기준 22만4천 명으로 그 전주 대비 1천 명 감소했다.
이날 미국 자동차 빅3 주가는 모두 뒷걸음쳤다. GM은 8% 이상, 포드는 4% 이상, 스텔란티스는 2% 이상 각각 밀렸다. GM과 스텔란티스는 미국내 판매 차량의 약 55%, 포드는 약 80%를 미국 내에서 조립·생산한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M7)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애플·테슬라·아마존·메타(페이스북 모기업)는 상승세, 엔비디아·알파벳(구글 모기업)은 하락세로 장을 열었다. 미국 내 판매 차량 전량을 미국 내에서 조립·생산하는 테슬라는 자동차 관세 수혜주로 기대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압박과 중국 정부의 환경·에너지 규제 압박을 동시에 받으며 주가가 약세에 처했다. 비트코인 투자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전날 주가가 11.65% 급등했던 비디오게임 유통 체인 게임스탑 주가는 11% 이상 반락하며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유럽 증시는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범유럽지수 STOXX600은 0.40%, 독일 DAX지수는 0.60%, 영국 FTSE지수는 0.37% 각각 밀렸다. 국제 유가는 오름세다. 미국의 연방 공공부문 부채가 오는 202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7%까지 증가해 2차 세계대전 직후 도달했던 최고치를 넘어서게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27일(현지시간) 발표한 향후 30년(2025∼2055년) 장기 예산 전망에서 이같이 예상하면서 2055년에는 부채가 GDP의 156%에 도달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의회 CBO는 "이렇게 큰 규모로 부채가 증가하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미국 부채를 보유한 외국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증가하며, 재정 및 경제 전망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또한 의원들이 정책 선택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CBO는 또한 미국의 재정적자는 향후 30년 동안 여전히 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30년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지난 50년 동안 평균 비율보다 1.5배 이상인 6.3%로, 2055년에는 7.3%에 달할 것으로 각각 예측됐다. 연방 지출은 꾸준히 증가해 2055년에는 GDP의 26.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출이 이 수준을 넘어선 것은 제2차 세계대전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등 두차례 뿐이었다고 CBO는 지적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