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에 안전자산 수요 폭주...연말 3500달러 전망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 불을 지피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들자 금 선물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100달러를 돌파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0.8% 상승한 3114.30달러로 치솟았다. 금 현물 가격은 뉴욕 시장 후반 0.93% 상승한 온스당 3085.28달러에 거래됐다. 금 현물 가격은 한때 3086.80달러까지 오르며 올해 들어 18번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값은 주간으로도 1.7% 상승하며 4주 연속 상승세를 구가했다.
제이너 메탈스(Zaner Metals)의 피터 그랜트 부사장 겸 수석 금속 전략가는 "관세와 무역 및 지속적인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안전자산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망치 상향 ‘봇물’..."3500달러 가자"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무역 전쟁을 한층 자극하는 한편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값의 탄력적인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앞다퉈 금값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은 지난주 투자자 노트에서 금값의 올해 연말 목표치를 온스당 3500달러로 제시했다.
은행은 "경기 침체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금에 대한 헤지 및 투자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금값이 연말까지 3500달러를 충분히 돌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말 금값 전망치를 종전의 온스당 3100달러에서 33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은 이번 주 투자자 노트에서 예상보다 강력한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과 전 세계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수요가 금값 추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다.
골드만은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중국이 향후 3~6년 동안 빠른 속도로 금 매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 추정치도 월 50톤에서 70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은행은 한 발 더 나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으로 금 ETF 보유량이 팬데믹 당시 수준을 회복하면 금값이 연말에 온스당 3680달러까지의 상승도 가능하다고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이에 뒤질세라 금값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BofA는 26일자 보고서에서 금값이 2년 이내에 온스당 3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과 중국 보험업계가 금 수요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금값이 올해 온스당 평균 3063달러, 2026년에는 평균 335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BofA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미국 달러를 계속 하락시켜 단기적으로 금값을 더욱 지지할 수 있다"면서 투자 수요가 10% 증가하면 금값이 온스당 3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금 사도 될까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금값 추가 상승을 외치면서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금 매수에 동참해야 할지 기로에 선 모습이다. 추가 상승 전망이 대세지만 자칫 추격 매수로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씨티는 금값이 3개월 안에 3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고려할 때 3200달러에 도달하기 전에 조정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키움증권의 심수빈 연구원도 25일자 보고서에서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2분기에는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심 연구원은 "연초부터 이어진 강세로 금의 명목 및 실질 가격이 모두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역사적 고점을 기록한 점은 금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트럼프 관세가 협상의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금융시장의 민감도가 약화되고 있는 점도 금값 조정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골드만삭스는 금 매수 추천을 유지하면서도 매수 시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동시에 강조했다.
은행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정 체결로 일시적으로 금의 투기적 매도세가 증가할 경우 금 매수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은행은 또한 주식시장에서 급격한 매도세가 촉발되며 마진콜로 인한 금 매도세가 촉발되는 시점이 금을 매수할 적기라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