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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인텔 등 주요 칩 업체, 일본·말레이시아 투자 확장 속도 늦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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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인텔 등 주요 칩 업체, 일본·말레이시아 투자 확장 속도 늦춰

구형 칩 수요 부진과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영향
AI 관련 투자는 여전히 활발... "일부 지역은 '기다려 보자' 모드로 전환"
일본 남서부 구마모토현 기쿠요초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의 자회사인 JASM의 반도체 공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남서부 구마모토현 기쿠요초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의 자회사인 JASM의 반도체 공장. 사진=로이터
TSMC와 인텔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구형 칩에 대한 수요 약화와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본과 말레이시아에서의 사업 확장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TSMC는 성숙한 칩에 대한 미지근한 수요로 인해 일본 구마모토 공장의 확장 계획을 조정했다. 세계 최고의 칩 제조업체는 2026년까지 구마모토에서 16나노미터 및 12나노미터 칩 생산을 위한 장비 도입을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가전과 자동차 및 산업 응용 분야에 대한 수요는 그리 좋지 않으며, 회복세는 아직 유망해 보이지 않는다"고 한 칩 업계 임원은 말했다. 또한, "현시점에서 대규모로 확장하는 것이 시급하지 않다. TSMC 구마모토 공장의 현재 가동률은 예상보다 훨씬 낮다."고 덧붙였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은 미국 애리조나 공장보다 늦게 건설을 시작했지만, 더 일찍 생산을 시작해 가장 성공적인 해외 확장 사례로 꼽혔다. 현재 이 공장은 센서 및 칩에 사용되는 28나노미터 및 22나노미터 등급의 칩을 생산하며, 주요 고객으로는 소니, 덴소, 르네사스 등 일본 기업들이 있다.
미국 최대 칩 제조업체인 인텔 역시 말레이시아에 최대 규모의 첨단 칩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컴퓨터 수요 감소와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장비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공장 건설은 완료되었지만 인텔은 장비 설치 계획을 보류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칩 패키징 및 테스트 분야 세계 최대 기업인 ASE 테크놀로지 홀딩스의 계열사들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업체인 SPIL은 소비자 가전 및 자동차 수요 부진을 이유로 말레이시아 페낭에서의 확장을 일시 중단할 것이라고 여러 공급업체에 통보했다. 대신 회사는 증가하는 AI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대만 윈린시에 첨단 칩 패키징 공장 건설을 가속화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ASE 역시 최근 페낭에 공장을 열었지만, 생산량 증가를 위한 장비 주문을 연기했다. 그 이유는 자동차 및 산업용 솔루션용 칩을 만드는 주요 고객의 수요 부족 때문이다. ASE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인피니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보쉬와 같은 자동차 및 산업 업체에 제품을 공급한다.

성숙한 칩 생산 확장 속도가 느려진 또 다른 요인은 중국이 주요 반도체 생산을 현지화하기 위한 노력 속에서 생산량을 급격히 늘린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와 일본은 글로벌 칩 공급업체들이 생산기지를 다각화하기 시작하면서 공급망 변화의 초기 수혜자였으나, 이제 전자제품 수요 약화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일본 칩 제조업체 르네사스가 느린 수요 회복으로 인해 인력을 감축하고 공장 가동을 연기할 예정이라고 보도된 바 있다.

반도체 업체들의 신중한 태도는 공급망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AT&S와 같은 칩 기판 제조업체들도 말레이시아에서의 확장 속도를 조정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AMD의 칩 기판 공급업체인 킨서스는 페낭에 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임과 관세 위협에 이어 많은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페낭에 본사를 둔 한 임원은 말했다. "많은 투자 결정이 '기다려 보자' 모드로 전환됐다."

그러나 AI 관련 분야는 여전히 활발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TSMC와 ASE 모두 첨단 AI 칩 생산을 위해 대만 내 시설 확장에 주력하고 있으며, 데이터 센터 관련 공급망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조호르에 있는 슈퍼마이크로와 와이윈의 조립 생산을 포함한 서버 공급망은 여전히 활발하게 확장되고 있다"고 한 임원은 전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브래디 왕 애널리스트는 "회복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올해 말이나 심지어 내년까지 기다려야 회복의 유의미한 징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은 이상적이지 않으며,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시장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