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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증시, 올해 8% 상승...트럼프 정책 영향에 20년래 최대 초과수익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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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증시, 올해 8% 상승...트럼프 정책 영향에 20년래 최대 초과수익률

안보·경제 불확실성에 유럽 군사·인프라 지출 확대...저평가된 유럽 증시 반등 신호탄
미국 달러와 유로 지폐는 2025년 3월 19일에 찍은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와 유로 지폐는 2025년 3월 19일에 찍은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사진=로이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안보공약 변화로 유럽이 대규모 재정 지출과 군사 투자를 확대하면서 유럽 증시가 미국 시장 대비 20년 만에 최대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유럽의 정치·경제적 대전환이 초기 단계인 가운데 저평가된 유럽 시장에 투자 기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27일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STOXX 유럽 600 지수는 올해 들어 8% 상승한 반면, S&P 500 지수는 3%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불확실성 속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구하며 오랫동안 저평가되었던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을 반영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무역 분쟁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단기적 조정을 유럽 주식 매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유럽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매력적인데, STOXX 유럽 600 지수는 2025년 예상 실적 기준 14.6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21배인 S&P 500 지수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변화의 촉매는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긴장,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무역 관세 위협, 그리고 미국의 유럽 안보 공약에 의문을 제기하는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매크로 전략가 주히 드완은 "영국과 프랑스가 안보 및 핵 능력 강화를 약속했고, 독일은 자체적으로 부과한 재정 긴축을 폐지했다""투자자들은 오랫동안 성장이 없었던 지역에서 성장원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 확대와 지출 정책 전환... 군사 예산 증가와 성장 가속화 전망


독일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부채 브레이크'를 완화하고 유로(18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및 군사 지출 패키지를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유럽 이사회는 군사 지출을 재정 규칙에서 제외하는 제안을 승인하고 1500억 유로 규모의 군사 지출 대출 시설을 조성했다.

도이체방크 전략가들은 독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내년에 1.5%, 2027년에는 2%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재정 지출 계획으로 향후 5년간 GDP0.5~1%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여름부터 금리를 1.5%포인트 인하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과 맞물렸다. MFS 블렌디드 리서치 인터내셔널 에쿼티 펀드의 제프 모리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가계 대출이 증가하며 주택 구매 확대로 이어져 건설 부문을 활성화할 것"이라며 "독일의 제조업 활동도 2년간의 침체 이후 개선되고 있어 유럽의 실적과 경제 성장이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약 60%, 미국의 10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가벨칼 리서치의 유럽 경제학자 세드릭 게멜은 "유럽의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유럽은 2010년대 경제를 형성했던 긴축에서 벗어나 지출 의지에 힘입어 재인플레이션 시기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 선호도 변화와 매력적인 종목...중소형주와 방어적 기업 주목


유럽 투자에 처음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은 2009-12년 유럽 국가부채 위기의 중심에 있던 남유럽 경제가 현재 번영하며 지역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수 있다. 유럽 전역의 기업들은 지난해 2000억 달러 이상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실적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앨라이언스번스타인의 기관 솔루션 공동 대표 이니고 프레이저 젠킨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중순까지 12개월 동안 미국 주식에는 전례 없는 6000억 달러가 유입된 반면 유럽 주식에서는 600억 달러가 유출됐다. 올해 급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유럽으로 유입된 자금은 170억 달러에 그쳤으며, 미국 주식으로의 유입은 450억 달러로 둔화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테이블에서 일부 자금을 빼내 유럽에 재배분하는 초기 단계임을 시사한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매튜 길먼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는 "중소형 기업, 산업재, 유틸리티, 유럽 정보기술, 부동산 분야를 선호한다""이들 기업은 여전히 대형주 대비 20년 만에 가장 저렴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관세로부터 다소 보호받는 내수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트위디 브라운 밸류 펀드의 공동 매니저 토마스 슈래거는 프랑스 화학 제조업체 아르케마(Arkema)와 같은 소형주를 추천했다. 아르케마는 재정 지출 확대로 혜택을 볼 수 있는 건설 회사들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설비투자 프로젝트와 최근 인수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BCA 리서치의 지오매크로 전략가 마르코 파픽은 지난 27일 고객 메모에서 "유럽은 매수 대상"이라며 "사실 유럽이 직면한 심각한 위험러시아의 공격과 미국의 방기은 과장됐다. 그러나 두 가지에 대한 두려움이 유럽의 심오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는 최상의 조합이다: 과장된 위험, 과소평가된 개혁!" 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