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C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일반 소비자부터 중고차 딜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중고차를 둘러보던 지니 딜러드는 BBC와 인터뷰에서 “예전 차를 사는 데에도 오래 걸렸는데 가격이 더 오르면 살 엄두가 안 난다”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간 고정 수입 내에서 차량 구입을 위해 조금씩 저축해왔지만 중고차 가격도 오르기 시작하면서 차량 구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흥을 위한 조치”라며 관세 도입을 지난 26일 공식 발표했다. 자동차 전체에 대한 수입 관세는 4월 2일부터 차량 수입 기업에 대한 추가 요금은 4월 3일부터 적용되며,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는 5월 이후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자동차 업계는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릴랜드주에서 중고차 매장을 운영 중인 모하마드 후세이니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미 도매 시장 가격이 치솟았다”며 “1만3000달러(약 1900만 원)의 차가 관세 이후에는 1만4500달러(약 2100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시장 전반에 걸친 타격도 우려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차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입량은 약 75% 급감하고 평균 차량 가격은 약 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은 2024년 기준 약 800만대의 수입차를 들여왔으며 이는 전체 판매량의 절반에 달한다.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미국인의 생활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데이턴대학의 자동차 역사학자 존 하이트만 교수는 “이미 신차는 많은 미국인에게 너무 비싼 존재”라며 “저가 모델 대부분이 한국산인데 이들 차량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호응하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5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새로운 제철소를 건설하는 등 210억달러(약 30조9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관세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자동차 산업은 수십 년간 캐나다, 멕시코와 밀접한 공급망을 형성해온 만큼 이같은 조치가 국내 산업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이라도 외국산 부품 비중이 높은 만큼,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
일부 소비자들은 관세 적용 전 차량을 구입하거나 기존 차량을 더 오래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버지니아에서 차량을 알아보던 로빈 슬론은 BBC에 “원래 여름에 차를 살 계획이었지만 관세가 걱정돼 미리 보기로 했다”며 “관세 때문에 미국산 차를 사겠다는 생각은 없다. 오히려 몇 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속에서 중고차 부품 수입조차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이트만 교수는 “약 한 시간 전 영국의 부품 공급업체에서 ‘아직 인상 조치는 없을 것 같지만 문서화된 건 없다’는 메일을 받았다”며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가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오히려 소비자와 산업 전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