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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소비자 3명 중 2명 “실업률 오를 것”…트럼프발 무역전쟁에 경기 비관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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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소비자 3명 중 2명 “실업률 오를 것”…트럼프발 무역전쟁에 경기 비관론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미국 소비자들이 경제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외국을 대상으로 무역전쟁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 3명 중 2명이 “앞으로 1년 안에 실업률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다.
CNN은 미국 미시간대가 최근 발표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소비자 심리가 이달 들어 12% 급락했다”고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NN은 특히 실업률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전체 응답자의 66%에 달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미시간대 조사 책임자인 조앤 쉬는 보도자료에서 “소비자들은 경제정책이 계속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고통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3일부터 전 세계 자동차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이번 조치는 미국과 무역 상대국이 상호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빅 원(the big one)”이라고 부르며 핵심 무역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앞서 철강과 알루미늄 등 금속류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기존보다 2배인 20%로 인상했다.

이같은 조치에 따라 소비자들은 자동차 수리비 부담은 물론,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CNN은 “관세는 새 차 구매자뿐 아니라 기존 차량 보유자들의 수리비까지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미시간대의 ‘기대지수’는 이달에만 18% 급락했고, 2024년 11월 이후 누적 하락폭은 30%를 넘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뿐 아니라 공화당 지지자들도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놓았다. 미시간대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2월 이후 개인 재정, 고용, 물가 등 전반적인 기대치가 악화됐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물가 상승률은 전달 4.3%에서 5%로 치솟으며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5~10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4.1%로 오르며 199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B 라일리 파이낸셜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전략가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런 무역전쟁은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 이후 처음 보는 수준”이라며 “소비자 심리는 항상 부정적이었고 실제 지표와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른바 ‘하드 데이터’와 ‘소프트 데이터’의 간극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소비자 심리 악화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준은 최근까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안정적이라고 판단해왔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이 더 오를 경우 금리 인하 계획을 접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준의 이중책무인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 중 ‘물가 안정’에 더 무게를 두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켄터키주 파두카에서 열린 행사에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정되지 않거나 고정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면 균형적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럴 경우 물가 쪽에 더 치우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준의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라고 CNN은 전했다.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과 실업 증가를 동시에 우려하면서 지출을 줄이기 시작하면 실제 경기 둔화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날 발표된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 지출은 전월보다 0.4% 증가해 반등했지만 외식과 호텔 숙박 등 선택 소비 항목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EY)의 리디아 부수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소비자 건강지표는 소비자들이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관세에 따른 선제적 물가 불안’을 체감하고 있으며 소비 심리가 악화되고 실직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