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현지시각) 프레이트웨이브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CK허치슨은 자사가 보유한 파나마 운하 인근의 항만 운영권을 미국계 투자회사 블랙록과 스웨덴 해운사 MSC의 터미널 부문인 TiL 컨소시엄에 230억달러(약 33조8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다음달 2일까지 체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이 매각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거래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번 매각 대상에는 파나마시티의 발보아 항만과 콜론의 크리스토발 항만 운영권이 포함돼 있다. 이 항만들은 파나마 운하 양쪽 끝단에 각각 위치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한다.
프레이트웨이브스는 “거래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의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어 예정대로 계약이 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SCMP도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최근 수주 간 계속해서 이번 매각에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매각 논란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국은 파나마 운하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밝히며 중국계 기업이 관리하고 있는 운하 인근 항만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중국 당국이 국영기업들에게 “리카싱 일가와 연관된 신규 투자 거래를 피하라”는 경고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리카싱은 CK허치슨을 포함한 허치슨그룹을 지배하는 홍콩 재벌로 중국 정부와의 관계 악화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경제·물류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이 중남미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가운데 미국이 핵심 전략 지점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