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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양자 컴퓨팅 우위 경쟁, 세계 안보 위협하는 ‘시한폭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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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양자 컴퓨팅 우위 경쟁, 세계 안보 위협하는 ‘시한폭탄’ 되나?

중국, 구글 능가하는 양자 컴퓨터 개발
미국 수출 통제 강화에도 불안감 증폭
구글 퀀텀AI의 윌로우(Willow) 칩.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구글 퀀텀AI의 윌로우(Willow) 칩. 사진=로이터
최근 중국 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이 구글의 최첨단 양자 컴퓨터보다 100만 배 빠른 성능을 가진 105큐비트 양자 컴퓨터 ‘쭈충즈(Zuchongzhi) 3.0’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이는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나가고 있음을 시사하며,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국제 안보 질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게임 체인저’ 양자 기술, 긍정적 잠재력과 위험 공존


29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양자 기술은 기후 모델링, 신약 개발, 재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올 잠재력을 지닌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 세계 안보를 뒷받침하는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양자 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로 수십 년이 걸리는 암호 해독 작업을 단시간에 수행할 수 있어, 군사 통신, 금융 거래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정보가 노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앤서니 블링컨 전 미국 국무장관은 “양자 기술은 21세기 가장 중요한 컴퓨팅 혁신이며, 사회 안전망을 미지의 영역으로 던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사이버 보안 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현재 양자 내성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보안 연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연결이 양자 해독에 취약한 상태이다.

미·중 양자 기술 경쟁 심화… ‘스푸트니크 쇼크’ 재현되나?

중국 시진핑 주석은 양자 기술을 ‘과학 기술 경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규정하고, 인민해방군을 중심으로 양자 통신망, 레이더 시스템, 암호 해독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역시 양자 기술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경계하며 수출 통제 강화 등 견제에 나섰지만, 기술 패권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 센서는 스텔스 잠수함이나 항공기 탐지 능력을 향상시켜 기존의 억제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으며, 양자 시뮬레이션은 워게임, 시나리오 계획, 핵 의사 결정 등 군사 작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기존 군비 통제 체계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안보 위협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남아시아 안보 불안 고조… 디지털 격차 심화 우려


인도 역시 국가 양자 임무를 통해 양자 암호화, 항법, 감지 시스템 개발에 투자하며 양자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반면, 파키스탄은 국가 차원의 양자 전략 부재로 감시 및 전략적 역량에서 새로운 비대칭성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는 남아시아 지역의 안보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양자 안전 암호화 기술에 대한 공평한 접근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감시 대상이나 데이터 수집 구역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금융 시스템, 외교 기밀, 공공 인프라 등이 무력화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국제 사회, 양자 기술 거버넌스 구축 서둘러야


이처럼 양자 기술은 인류에게 혁신적인 미래를 선사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통제되지 않을 경우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국제 사회는 양자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투명성 확보, 수출 통제 강화, 개발도상국 역량 강화 등을 위한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며, 양자 기술이 특정 국가의 군사적 우위를 위한 도구가 아닌, 인류 공동의 번영을 위한 기술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제 사회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