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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책에 미국 과학자 75% "떠날 준비"...유럽·중국 인재 영입 기회 엿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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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책에 미국 과학자 75% "떠날 준비"...유럽·중국 인재 영입 기회 엿봐

네이처지 설문조사서 연구비 삭감에 불안 호소..."과학 지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이주"
대학원생 79%가 이탈 고려...프랑스 등 유럽 대학들 적극적 유치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 과학 연구 정책과 자금 지원의 급격한 변화로 대규모 과학 인재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 과학 연구 정책과 자금 지원의 급격한 변화로 대규모 과학 인재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미국 과학 연구 정책과 자금 지원의 급격한 변화로 대규모 과학 인재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미국 과학자 4명 중 3명이 해외 이주를 고려한다고 밝히면서 유럽과 중국이 주요 수혜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30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Nature)가 이달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200명의 미국 과학자 중 75% 이상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과학 부문 예산 삭감과 정책 변화로 인해 미국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유럽과 캐나다를 가장 선호하는 목적지로 꼽았으며, 일부 유럽 대학들은 이미 이런 추세를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체 목적지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도 미국 기반 과학자들의 주요 귀환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연구 자금 삭감은 기술 기업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 효율성부의 비용 절감 계획의 일환이다. 이로 인해 대량 해고, 고용 동결, 대학원생 입학 감소, 연구 자금 불확실성이 초래되고 있다.
특히, 자금 지원 감소와 이민 단속 강화는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과 연구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 따르면, 외국 출신자들은 미국 내 모든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근로자의 19%와 박사 학위 소지 과학자 및 엔지니어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처의 조사에서 미국을 떠나고 싶은 의향은 초기 경력 연구자들 사이에서 특히 강했으며, 대학원 연구자의 79% 이상이 이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응답자는 "과학을 지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과학계의 인재 유출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차이나 이니셔티브' 이후 이미 진행 중이다. 원래 목적은 경제 스파이 행위 근절이었지만, 이 정책은 중국 과학자들에 대한 표적 수사로 이어져 많은 중국계 연구자들이 미국을 떠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결과를 낳았다.

네이처의 연례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화학, 물리 과학, 지구 및 환경 과학 분야에서 고품질 연구 성과 면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미국은 생물학 분야에서만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들의 이탈은 중국이 특정 분야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뒤쳐진 분야에서도 발전을 가속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최대 생물의학 연구 지원 기관인 국립보건원(NIH)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자금 삭감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은 이 조치가 연구 기관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효력을 금지했다. 벤틀리 대학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FDA가 승인한 387개 약물 중 하나를 제외한 모든 약물이 NIH 지원 연구를 통해 개발됐다.

유럽 기관들은 미국 과학자들의 이탈을 자신들의 기회로 삼고 있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은 이달 초 미국에서 약 15명의 과학자, 특히 건강 및 기후 분야 연구자들을 초빙하는 3개년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우리가 대화한 기관들과 국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많은 대학들이 이것을 한 세대에 한 번뿐인 기회로 보고 있다"고 NIH 보조금이 종료된 미국 주요 대학의 의사-과학자는 네이처에 말했다. "이제 '몇 명을 모집할 수 있을까'에서 '실제로 몇 명을 채용할 수 있을까'로 질문이 바뀐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과학계의 인재 유출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글로벌 과학 경쟁력은 물론 경제 혁신과 국가 안보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