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크의 광폭 정치 행보가 거듭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중립을 고수해온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의 전략이 결과적으로 기업 보호에 효과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머스크의 정치 개입이 자칫 기업 이미지와 실적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30일(현지시각)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약 2억9000만 달러(약 4300억원) 이상의 정치 자금을 지원한 데 이어 대중 연설과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 등을 통해 지지 여론을 결집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후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설된 정부효율부의 수장으로 활동하며 각종 정부 개혁 과제에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의 이같은 정치 개입은 곧장 기업 이미지의 타격으로 되돌아왔다는 지적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내 테슬라 매장은 최근 시위와 함께 제품 파손, 차량 방화 등 강경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으며 머스크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정신 나간 짓이며 완전히 부당하다. 테슬라는 단지 전기차를 만들 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해가 단지 물리적 공격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스티븐 캘랜더 교수는 “정치적 행동으로 인한 실질적 손실은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 하락”이라며 “고객 수백만 명과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내 테슬라 차량 신규 등록 건수는 1월 한 달간 11% 감소했으며 유럽에서는 2월 테슬라 판매량이 40% 이상 급감했다. 같은 기간 포드자동차는 전기차 판매량을 54% 늘리며 대조를 이뤘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고점 대비 45% 하락한 상태다.
반면, 버핏은 과거 정치 참여를 자제한 배경에 대해 “내 발언으로 인해 버크셔 해서웨이 구성원들이 불이익을 겪는 건 원치 않는다”며 기업 보호를 위한 전략적 침묵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버핏은 지난 2011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지난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어떤 정치인도 지지하지 않았다. 버핏은 지난 2022년 연례 주주총회에서 “CEO라고 해서 시민권을 맹목적으로 봉인할 필요는 없지만 기업에 피해가 갈 수 있는 발언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머스크와 버핏의 이같은 상반된 접근은 각자의 사업 목적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텍사스공대 롤스경영대학원의 션 럭스 교수는 “버핏은 정권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반면, 머스크는 화성 진출이라는 궁극 목표를 위해 미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트럼프 정권의 부상은 머스크에게 역사적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실제로 최근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자신이 겸영하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기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휴대전화 위성 직접 연결 서비스를 승인받는 성과를 올렸다. 럭스 교수는 “이 결정 하나만으로도 트럼프 캠페인에 대한 머스크의 지원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단순한 통신시장 혁신이 아니라 애플, 메타플랫폼스, 알파벳 등 거대 기술기업 전체를 겨냥한 근본적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캘랜더 교수는 “고객과의 신뢰, 브랜드 가치는 정부 지원 이상의 힘을 가진다”며 “머스크가 얻는 정책적 이득은 결국 고객 기반의 붕괴로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은 정부 보복의 리스크까지 감안해야 하는 시대”라며 “대다수 경영자들은 튀지 않고 조용히 가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