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면에 테슬라와 일부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점쳐졌다.
트럼프의 25% 수입차 관세 부과는 다음달 4월 3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완성차와 차량 부품에 25%의 관세가 일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 생산 차량도 예외 없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하면 관세는 없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아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혔다. 미 코곳경영대학의 2024년 기준 '미국산 자동차 지수'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 퍼포먼스 트림은 국내 생산 비중이 87.5%로 업계 최고 수준이며 모델Y(85%), 사이버트럭(82.5%), 모델S·X(각 80%)도 모두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해 “테슬라도 타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며 “여전히 관세의 영향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트림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 일부가 중국산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오토블로그에 따르면 일본 완성차 브랜드 중에서는 혼다가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혼다는 전체 라인업에서 평균 63%의 부품을 미국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혼다 패스포트는 미국산 비중이 76.5%에 달한다. 이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전통적인 미국 브랜드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토요타, 렉서스, 마쓰다, BMW 등 수입차 브랜드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마쓰다 MX-5 미아타, 스바루 BRZ, 토요타 GR86·GR코롤라, BMW M3 세단과 Z4, M8 등 고성능 모델은 미국산 부품 비중이 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소비자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며 스포츠카 수요 위축도 우려된다고 오토블로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일본 완성차업체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토요타는 2.7%, 혼다는 3.0%, 닛산은 2.2% 각각 하락했으며 현대차와 기아도 4.0% 하락했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대미 수출 가운데 자동차 비중은 28.3%로 관세 충격은 단기간 내 주력 산업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일본은 미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며 “모든 국가에 일률적인 관세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GM은 전체 차량의 약 40%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된다. JP모건의 라이언 브링크먼 애널리스트는 “GM은 약 140억 달러(약 18조7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동차산업 내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밥 루츠 전 GM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사실상 미국 차량에 수십년간 관세를 부과해온 다른 국가들과 균형을 맞추는 조치”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현재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10%의 관세와 20%의 부가가치세(VAT)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미·EU 간 통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자동차 관세를 10%에서 2.5%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해온 미국자동차노조(UAW)도 이례적으로 이번 조치를 지지하고 나섰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이번 관세 부과는 오랜 자유무역 재앙을 되돌리는 역사적 조치”라며 “미국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관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벨트(쇠락한 제조업 지역) 노동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 유세 중 피격 이후 처음으로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 나서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반복해서 강조한 바 있다.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거나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입차 가격 인상과 선택지 축소 등 소비자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