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캐나다와 서유럽 등 미국 방문 비중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여행 취소가 이어지면서 미국 관광산업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관광 전문 리서치업체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입국 관광객 수가 지난해보다 5.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초 예상됐던 8.7% 증가 전망과는 크게 엇갈린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관광수입 손실은 연간 최대 180억달러(약 26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내다봤다.
이같은 감소세는 캐나다 관광객을 중심으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캐나다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일부 국경검문소에서는 캐나다인의 차량 통행량이 전년 대비 최대 45%까지 급감했다.
항공편 이용객 감소도 두드러진다. 항공 분석업체 OAG는 “올해 3월 기준 캐나다-미국 노선 예약 건수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70% 이상 줄었다”고 분석했다. 에어캐나다는 지난달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포함한 일부 미국 여행지 노선을 감편 조치했다.
캐나다 여론조사업체 레제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6%가 “미국 여행 계획을 이미 취소했다”고 답했다. 미국여행협회는 캐나다발 여행객 수가 10% 줄어들 경우 관광수입이 21억 달러(약 3조원) 감소하고 관광업 일자리 14만개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사회적 요인도 미국 여행 기피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외국인, 이민자, 성소수자를 향한 분열적 발언과 정책이 비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수사와 정책이 여행객 이탈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특히 반미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3월 조사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 스웨덴, 덴마크 국민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트럼프 재선 이후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유고브는 “해당 수치는 2016년 이후 최저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국경관리 당국의 조치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에는 영국 여성이 비자 문제로 10일 넘게 구금됐고 같은 달 캐나다 관광객이 비자 갱신 과정에서 12일간 구금되며 수갑과 족쇄까지 착용한 채 수용되기도 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미국 여행 시 구금 가능성을 경고하는 여행주의보를 잇달아 발령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여러 국가는 성소수자 시민들에게 미국 내 ‘생물학적 성별’ 기재 의무와 제3성 표기(X) 여권 발급 중단 등을 이유로 별도 경고문을 발령했다.
관광객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경쟁국들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캐나다 관광객 유입이 줄어든 미국 대신 유럽과 버뮤다 등이 대체지로 떠오르고 있다.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유럽 내 여름 휴가 숙소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늘었고 버뮤다의 일부 호텔은 “캐나다인 관광 수요가 20%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분위기가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국제 관광 수요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과 환영받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