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일본 국가지식인회의는 리포트를 통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발생할 경우 총 292조3000억 엔(약 2883조 원)의 경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본의 지난해 명목 GDP(약 609조엔)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은 시즈오카현 앞바다 스루가만에서 미야자키현 앞바다 히나타나다까지 이어지는 해저 지형(트로프)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대지진이다.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는 30년 이내 발생 확률을 80% 정도로 보고 있으며, 2024년 8월에는 히나타나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해 기상청은 처음으로 남해 트로프 지진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임시정보(거대지진 주의)'를 발령하기도 했다.
내역을 살펴보면,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주택 파손 등 직접적인 피해로 224조9000억 엔, 기업의 생산-서비스 저하로 45조4000억 엔, 도로-철도-항만 기능 중단으로 22조 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쿠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프라 손상 등으로 일본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라며 “자재 가격 급등과 인력 부족으로 사회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는 지방 경제에서는 노토반도 지진과 같은 재해로부터의 회복력이 떨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난카이 트로프 지진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태평양 연안 지역은 일본 핵심 산업인 자동차 등의 공장이 밀집한 지역이다. 국가전문가회의는 제조업 공급망 단절 등이 장기화하면 생산 기능의 해외 유출을 비롯해 국제 경쟁력의 돌이킬 수 없는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토요타 등 대형 자동차 업체들이 줄줄이 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생산량이 급감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일본 대기업들은 부품 공급망 분산화 등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카이 트로프 지진 수준의 광범위한 대규모 재해를 극복할 수준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금융-재정 불안정화도 우려된다. 과거와 달리 최근 물가 상승으로 공공사업비가 증가하고 있어 남해 트로프 지진으로 인한 복구비용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국가 부채가 1300조 엔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규모 지출 확대는 일본 재정에 대한 신뢰를 흔들 수 있으며, 엔화 약세로 이어지는 등 금융시장 혼란과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다케다 준 이토추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계와 기업이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강해지면 엔저가 더욱 가속화되고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수 있어 일본 경제에 있어 전후 최대의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