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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캐나다산 구매 운동’ 확산에 일부 美 기업들 ‘시장 철수’까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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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캐나다산 구매 운동’ 확산에 일부 美 기업들 ‘시장 철수’까지 고민



최근 캐나다 밴쿠버의 한 주류판매점에서 고객이 진열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매장에는 '캐나다산을 사세요(Buy Canadian Instead)'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캐나다 밴쿠버의 한 주류판매점에서 고객이 진열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매장에는 '캐나다산을 사세요(Buy Canadian Instead)'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사진=로이터


미국산 제품에 대한 캐나다 소비자들의 반감이 확산되면서 일부 미국 기업들이 캐나다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등 타격을 입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같은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에 재입성한 직후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모든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추가 세금 부과를 경고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캐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Buy Canadian(캐나다산 구매)’ 운동이 급속히 확산되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기피 현상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저귀와 물티슈를 주로 온라인과 타깃 매장에서 판매해온 캘리포니아 소재 파라솔은 올해 1월부터 캐나다 유통사를 통해 현지 편의점 유통을 준비해왔으나 3월 초 계약이 중단됐다. 제시카 헝 파라솔 최고경영자(CEO)는 “유통사 측이 ‘미국 브랜드 론칭을 잠정 보류하라’는 소매업체의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며 “시장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재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방식의 방해를 겪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재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버번 위스키 ‘잭 다니엘’을 생산하는 브라운 포먼은 최근 캐나다 주류매장에서 자사 제품이 빠르게 퇴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조치는 캐나다 정부의 보복 관세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이며 지나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산 감귤류 수출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로이터는 관련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캐나다 유통업체들이 3월 초부터 캘리포니아 감귤류에 대한 주문을 잇달아 취소했다고 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GT의 리빙 푸드는 자사 콤부차 브랜드 ‘시너지’ 제품에 대해 캐나다 대형 유통망이 주문량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대니얼 부코프스키 전 GT의 리빙 푸드 영업총괄 부사장은 “월마트 캐나다, 로블로, 메트로, 소비스 유통망이 기존 주문량의 절반만 구매하겠다고 통보했다”며 “관세 불확실성 때문에 소매업체들이 신중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오히려 ‘캐나다 제품 사기’ 열풍에 힘입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뉴브런즈윅주 몬턴에 본사를 둔 어빙 퍼스널 케어는 캐나다산 기저귀 브랜드 ‘로얄’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주간 출하량이 4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제이슨 맥앨리스터 부사장은 “캐나다 전국에서 유통업체들이 찾아와 공급 확대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수 브랜드 디미터 프래그런스는 캐나다 진출 계획을 아예 접었다.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CEO 마크 크레임스는 “캐나다 소비자 정서가 급속히 미국 제품에서 돌아섰다”며 “더는 시장 확장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손세정제 제품을 생산하는 캐나다 기업 ‘그라임 이터’도 과거 수년간 캐나다 타이어의 입점을 추진해 왔지만 번번이 무산돼 왔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 타이어 측에서 미국 경쟁사 퍼머텍스의 브랜드 ‘패스트 오렌지’의 취급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메트로 측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가능한 경우 캐나다산 제품을 우선시하되 미국산 제품을 완전히 제외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고, 월마트 측은 “공급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