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커그룹 68억 달러 사상 첫 손실, 컨트리가든 매출 37% 급감
"진정한 시장 안정화 없이는 중국 경제 회복도 없을 것"
"진정한 시장 안정화 없이는 중국 경제 회복도 없을 것"

국영 지하철 운영업체가 관리하는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기업 차이나 완커그룹(China Vanke Group)은 지난 1일(현지 시각) 2024년 495억 위안(약 68억 달러)의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월에 경고했던 450억 위안보다 더 큰 손실로, 1991년 기업공개(IPO) 이후 회사의 첫 연간 적자다.
완커그룹의 계약 판매액은 전년 대비 35% 급감한 2460억 위안을 기록했으며, 회사는 2025년에 공공 부채의 "집중 상환"에 직면해 "유동성 압력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월 완커그룹은 최대 주주인 선전 메트로그룹으로부터 3년 만기 42억 위안의 대출을 받아 부채 상환 압박을 완화했다.
컨트리가든(Country Garden) 역시 2024년 매출이 2528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회사의 순손실은 2023년 1780억 위안에서 지난해 328억 위안으로 줄었지만, 이는 부채 상각과 운영 비용 절감 덕분이었다. 그러나 2024년 말 기준 총부채는 2535억 위안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롱포그룹(Longfor Group)도 2024년 순이익이 19.1% 감소한 104억 위안을 기록했으며, 계약 매출은 1011억 위안으로 42% 감소했다. 부동산 리서치 기관 차이나 아카데미 인덱스에 따르면, 중국 100대 개발업체는 지난해 총 4조3500억 위안 상당의 주택을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0.6% 감소한 수치다.
경제학자들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인상 압박 속에서 올해 중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인 내수 활성화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무라의 수석 중국 경제학자 팅 루는 "부동산 부문의 진정한 안정화 없이는 중국 경제의 진정한 회복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 정부와 국영 기업들이 민간 기업들의 희생을 대가로 부동산 부문을 더욱 엄격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추세는 민간 부문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부채에 허덕이는 개발업자들을 구제하는 도덕적 해이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시페어러 캐피털 파트너스의 중국 리서치 책임자 니콜라스 보르스트는 "이는 본질적으로 부동산 개발 부문이 서서히 국유화되는 과정이며, 거의 모든 대형 민간 개발업체들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중국군과 연계된 국영 개발업체인 폴리 프로퍼티 그룹(Poly Property Group)은 지난해 계약 판매액이 1% 증가한 542억 위안을 기록해 상위 20개 업체 중 매출이 증가한 유일한 상장 개발업체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폴리 역시 2024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87% 급감한 1억8300만 위안에 그쳤다.
한때 중국 경제 성장의 기둥이었던 부동산 산업은 2020년 8월 정부가 "3대 레드 라인"으로 알려진 부채 감축 캠페인을 도입한 이후 수년간 침체를 겪고 있다. 에버그란데 그룹과 다른 부채 과다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는 수많은 미완성 프로젝트를 양산했고, 이로 인해 잠재 구매자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며 빈집이 넘쳐나게 됐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모기지 금리 인하 등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회복은 주로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1선 도시에 국한되고 있다. ING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 70개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2월에 전월 대비 0.14% 하락했으며, 부동산 개발 투자는 올해 첫 두 달 동안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ING의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린 송은 "2월 데이터는 관리들이 정책 지원을 계속해야 함을 보여주며, U자형이나 V자형 회복보다는 L자형 회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